롯데의 이러한 행보는 지주회사 전환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우선 순환출자 해소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기틀을 닦고, 추후 호텔롯데를 상장해 완성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읽힌다.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계열사 네 곳은 19일 공시를 통해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을 비롯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으며 주주와 구성원, 고객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공시는 앞으로 이들 관계사를 중심으로 분할합병 등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분 매각·매입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니 투자에 참고해 달라는 메시지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앞서 작년 10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는 차원에서 “앞으로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의 순환출자 구조는 2015년 416개에서 지난해 67개로 크게 줄기는 했지만 국내 대기업집단 중 가장 복잡하며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 회장은 지난 12일 롯데쇼핑 주식 95만 주를 대상으로 1000억 원을 웃도는 신규 주식담보 대출을 받으면서 확보한 자금을 지주회사 전환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호텔롯데 상장과 별개로 순환출자 해소에 나서는 것은 정권 교체 가능성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롯데의 지주회사 전환에는 최대 4조~5조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권 교체 시 비용 증가 또는 지주회사 전환이 수월치 않을 것이란 위기감이 있었으리란 관측이다.
한편 롯데는 설 연휴를 전후해 그룹 인사를 포함한 조직개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는 호텔롯데 상장 방안 등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대한 방향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