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는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기술주의 몸값은 치솟지만, 국내 ICT 기업은 신사업 부재와 대내외 불확실성에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수혜를 입었던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3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3년 만에 120조8289억 원이 증발했다. 이는 3년 사이에 SK하이닉스(128조8564억 억 원) 규모의 기업이 사라진 셈이다.
25일 종가 기준 3만6150원 카카오의 주가는 종가 기준 역대 최대인 2021년 6월25일 16만9500원과 비교하면 7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시총은 75조2460억 원에서 카카오 시총 16조344억 원으로 60조 원 가까이 줄었다.
이날 19만3200원에 거래를 마친 네이버도 2021년 7월26일 최고점(45만2000원) 대비 57% 넘게 빠졌다. 시총도 같은 기간 74조2470억 원에서 30조6100억 원으로 43조 원 이상이 사라졌다.
2021년 11월 21일 종가 기준 103만800원을 기록했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 21만9000원으로 78.7% 하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22조7882억 원에서 4조8079억 원으로 감소했다.
경기불황에 실적 부진과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기업들은 인원 감축 및 조직 슬림화를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연이은 신작 흥행 실패로 적자 전환한 엔씨소프트는 분사와 희망퇴직, 프로젝트 정리를 통해 본사 인력을 5023명(지난해 12월 기준)에서 내년까지 3000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카카오톡’과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카카오는 해당 사업 중심으로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세나테크놀로지 지분을 매각했고 자회사VX의 핵심 사업을 제외한 골프용품·헬스케어 플랫폼·NFT 사업 등을 철수하며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픽코마는 프랑스 법인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시장 점유율이 낮은 인도네시아와 대만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AICT(인공지능+정보통신)로 전환을 꾀하는 KT도 AI시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분사와 희망퇴직을 통해 본사 인력의 30%를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혹독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임직원들 설득에 나서고 있다. 김영섭 KT 대표는 "빅테크들이 과감한 혁신으로 성장하는 동안 국내외 통신사는 십수년 간 지속적으로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며 "모든 영역과 조직, 개인까지도 AI를 빠른 시간 내에 장착하지 못하고 혁신하지 못하면 뒤쳐지게 된다. AICT 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심각한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택진, 박병무 공동대표도 조직개편에 대해 "우리 회사의 재무적 성과는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만성적인 적자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며 엔씨가 본연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가진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