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주의를 내세워 연일 광폭 행보에 나서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 경제 어젠다에 대한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아프리카와 유럽, 미주 등지에서 약 25개 국가가 올해 새로 가입할 예정이라고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현재 가입한 나라는 57개인데, 여기에 25개국이 추가되는 것이다.
진리췬 AIIB 총재는 전날 “회원국 확장으로 현재 1000억 달러(약 117조 원) 자본금을 보유한 AIIB의 대출 능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발전했다. 이제 다른 나라에 공헌할 차례이며 책임 있는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새로 가입하는 나라는 캐나다와 아일랜드 에티오피아 등이며, 이들 나라는 오는 6월 연례 회의에서 가입이 확정된다.
AIIB의 외연 확장은 세계화의 수호자를 자처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시 주석은 이달 초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보호무역주의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모든 국가가 다른 나라를 희생시키면서 작은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회원국이 늘어난다고 해서 중국에 반드시 유리한 건 아니다. 중국의 의결권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의결권은 26%로 사실상의 거부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AIIB 확장을 위해서라면 거부권을 기꺼이 포기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화하자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가 시 주석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미국이 TPP 탈퇴를 통해 스스로 무역 기득권을 포기한 것이며, 이를 시 주석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해 발 빠르게 거둬들이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 패권이 중국에 넘어간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