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한국을 직접 겨냥할 경우, 자동차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9.5% 감소한 총 96만4432대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155억8586만 달러(약 18조1800억 원)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6만99대로 전년 대비 22.4% 성장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2009년 44만9403대로 줄었지만, 이후 빠르게 회복하면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왔다. 자동차 무역흑자(수출액-수입액)도 2009년 51억1424만 달러(약 5조9800억 원)에서 지난해 160억3757만 달러(약 18조7500억 원)으로 3배가량 늘어났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자동차 수출이 7년 만에 꺾인 것은 현대기아차의 고전 때문이다. 현대차의 미국 수출은 2015년 36만8172대에서 지난해 33만5762대로 8.8% 감소했다. 같은기간 기아차도 45만5370대에서 33만2470대로 27% 급감했다.
장기화된 저유가로 미국 고객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을 찾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중소형 세단 중심의 라인업이 수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24차례 파업과 12차례 특근 거부로 인한 생산 차질도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업계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손질에 나선 트럼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정책 변화가 없더라도 ‘바이 아메리칸’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미국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미국산 차를 더 찾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는 한미FTA 혜택을 입은 대표 업종이다. 수출 대수가 많은 한국이 미국보다 더 이익을 본다는 주장이 그간 미국 내에서 제기되어왔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9월 전 세계에서 승용차 600만5366대를 수입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전체 수입의 13.3%에 달하는 79만7737대로 멕시코(158만2186대), 캐나다(148만9957대), 일본(123만1148대)에 이어 4번째로 많다. 한국 승용차 수입액은 128억1922만 달러(약 14조9900억 원)로 캐나다(334억4102만 달러), 멕시코(293억7706만 달러), 일본(277억9607만 달러), 독일(157억8120만 달러)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입 관세(2.5%)가 부활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연간 2500억 원, 3000억 원의 비용을 각각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