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신병확보(身柄確保)

입력 2017-02-22 10:5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최순실이 귀국한 후, 정유라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알지 못해 기자들이 소재를 파악하느라 동분서주한 적이 있었다. 얼마 후, 덴마크 경찰이 정유라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신병을 확보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확보(確保)란 확실히 보증하거나 갖춰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별로 어려울 게 없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문제는 신병이다. 신병은 한자로 ‘身柄’이라고 쓰며 ‘몸 신(身)’, ‘자루 병(柄:손잡이)’이라고 훈독한다. 따라서 신병은 직역하자면 ‘몸 자루’이다. 몸 자루라니? 이게 무슨 뜻인가? 국어사전은 신병을 ‘보호나 구금의 대상이 되는 본인의 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柄’은 원래 ‘棅’으로 썼으며 ‘나무 목(木)+잡을 병(秉)’의 구조로 이루어진 회의자(會意字: 합쳐진 두 글자가 모두 뜻을 나타내는 글자)로서 ‘손으로 잡는 나무’, 즉 ‘나무로 만든 손잡이’를 뜻하는 글자이다. 그런데 한자는 발음이 같으면 서로 빌려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현상을 통가(通假)라고 하며 그렇게 통가하는 글자를 가차자(假借字)라고 한다. 秉과 丙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서로 통가하여 ‘棅’과 ‘柄’을 같은 뜻으로 사용하다가 후대에 이르러서는 필획이 보다 더 간단한 ‘柄’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모든 손잡이, 즉 자루는 손으로 잡아 쥐게끔 되어 있다. ‘손으로 잡아 쥔다’는 뜻을 나타내는 단어가 바로 ‘파악(把握)이다. ‘잡을(쥘) 파(把)’, ‘쥘 악(握)’이라고 훈독한다. 그런데,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루가 있어야 한다. 보호나 구금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몸을 잘 잡아서 놓치지 않고 쥐고 있기 위해서는 역시 자루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몸에 자루를 붙인 것으로 가상하여 ‘몸 자루’, 즉 ‘身柄’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보호하거나 구금해야 할 대상을 꼭 붙잡아 두고자 하는 의지와 의무를 읽을 수 있는 단어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날부로, 한국의 모든 세대가 계엄령을 겪었다" [이슈크래커]
  • 5일 철도노조 총파업 예고…수도권전철 평시대비 75%ㆍKTX 67% 운행
  • “형식·절차 무시한 비상계엄, 尹 탄핵사유 명확”…‘내란죄’ 성립 가능성도
  • ‘계엄령 후폭풍’ 뭉치는 야권…탄핵·내란죄 고발 압박
  • 의료보건부터 회계·코딩까지…"국민내일배움카드로 국비 지원 받으세요" [경제한줌]
  • 헌재 정상화 시급해졌다…‘6인 재판관’ 체제론 탄핵 심판 부담
  • 한밤 난데없는 비상계엄...그날 용산에선 무슨 일이
  • [종합]발걸음 무거운 출근길...계엄령에 파업까지 민심도 뒤숭숭
  • 오늘의 상승종목

  • 12.0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5,999,000
    • +2.07%
    • 이더리움
    • 5,385,000
    • +7.76%
    • 비트코인 캐시
    • 797,000
    • +6.48%
    • 리플
    • 3,407
    • -5.2%
    • 솔라나
    • 327,000
    • +2.67%
    • 에이다
    • 1,676
    • +0.72%
    • 이오스
    • 1,892
    • +24.56%
    • 트론
    • 484
    • +15.79%
    • 스텔라루멘
    • 706
    • -1.26%
    • 비트코인에스브이
    • 112,300
    • +11.52%
    • 체인링크
    • 35,060
    • +2.63%
    • 샌드박스
    • 1,455
    • +37.0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