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이날 오전 이주열 총재를 비롯한 7명의 금통위원이 참석한 2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다음 회의 전까지 국내 기준금리를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로써 금통위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끌어내린 데 이어 8개월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상황이 반영됐다. 실물 경기만 보자면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 최근 수출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높다. 여기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에 우리 경제를 둘러싼 무역 환경은 불확실하기만 하다.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체감경기는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담이다. 외국인의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는 탓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미국 FOMC 의사록에서는 상당수 위원들이 매파적인 시각을 보이며, 미 연준이 연내 3차례 인상에 나설 공산도 커졌다.
가계부채 역시 금리 운신의 폭을 제약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344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간 증가액도 141조 원으로 사상 최대다.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의 상환부담이 높아지고, 내리자니 가계 빚 총량이 불어나게 되는 딜레마에 빠졌다.
여기에 나라 안팎은 여전히 불확실하기만 하다. 미국 신정부의 재정 정책이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슈에 조기 대선까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마저 새정부의 기조에 수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개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재정 및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국내 정책 결정이 부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