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포털에서 ‘명품 갑질’로 검색하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사 제목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고가 사치품(명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상당하다. 경기불황에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살기가 팍팍해졌다는 요즘에도, 주변국과는 달리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일부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이들 사치품 브랜드가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 주요 유통채널의 매출액을 좌지우지하는 수준으로까지 영향력이 커져서일까. 이들의 갑질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루이비통은 지난달 동화면세점 매장에서 철수했다. 루이비통은 서울 내 신규면세점 중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곳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또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는 클리니크와 맥, 바비브라운 등 11개 계열 브랜드 직원들을 지난달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서 일시 철수하기도 했다. 경쟁 브랜드가 면세점에 더욱 유리한 조건에 입점한 것에 대한 보이콧이었다.
면세점의 주 고객층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품 브랜드 구매를 위해 한국을 찾다 보니 브랜드 유치를 위해 유통채널들은 “제발 들어와(남아) 달라”고 읍소하기를 주저치 않는다. 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해 수도권 한 백화점은 입점 수수료를 0%로 책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상당함에도 이들 브랜드는 갑질은 물론이고 사회공헌에도 인색했다. 수익 대부분은 본사로 배당할 뿐 재투자는 거의 없었다. 이러한 사실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이들은 잇달아 유한회사로 전환해 매출과 영업이익, 기부금 등 기본적인 정보 제공을 아예 차단하는 태도를 보였다. 소비자와 유통채널의 조건 없는 구애를 등에 업은 그들의 한없이 높은 콧대와 기세등등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거만함으로 일관한 그들의 ‘비밀·모르쇠 경영’에 제동을 걸 희소식이 전해온다. 비상장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에 준하는 수준의 외부감사를 받고 주요 재무정보를 공시하도록 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지난달 초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주관부처인 금융위원회는 향후 법 개정과 함께 시행령을 통해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될 유한회사 기준을 확정한다.
법이 개정되면 1991년 10월 국내에 진출할 때부터 유한회사로 법인을 설립해 20년 넘게 재무정보가 베일에 가려진 샤넬코리아의 실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천만 원대 초고가이면서 뇌물로 자주 등장하는 에르메스 역시 샤넬과 마찬가지이다. 외국산 사치품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로 2012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한 루이비통코리아와 2014년 전환한 구찌코리아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한국 사치품 시장의 소비 행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이들 브랜드의 배짱 영업이 일시에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개정된 외감법이 사회적 감시망 역할을 하면서 일말의 변화라도 이끌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