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이 대선 구도에 쏠리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 중심 축을 두고 다투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김종인 영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본격적인 ‘반문(반문재인)연대’ 움직임이 시작된 분위기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빅텐트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 전 대표는 전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오찬 회동을 한 데 이어 이날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김 전 대표는 조만간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도 회동을 갖는 등 정계개편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 접촉을 이어가자 국민의당은 다소 조급한 모습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그분이 원하는 개헌과 경제민주화, 패권정치의 종식을 위해서 국민의당이 같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면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끈 공로가 있는데도 정치 발전을 위해 의원직까지 버린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연대를 시사했다.
김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가교 역할을 통해 ‘단일 후보’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가능케 할 빅텐트 고리는 ‘임기단축’을 전제로 한 분권형 개헌일 가능성이 크다.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여 2020년 총선 때 대선도 함께 치러 분권형 국가로 가자는 게 김 전 대표의 구상이다.
이 같은 빅텐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선거 구도에 있다. 빅텐트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따라 대선 판도가 요동칠 수 있어서이다. 현재 문 전 대표 외 대선주자로 나서는 이는 얼마나 될까.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대 빅텐트(국민의당·바른정당) 대표 후보로 치러지는 양자구도와 문 전 대표 대 빅텐트(국민의당·바른정당) 대표 후보 대 보수(자유한국당) 후보 구도로 치러지는 다자구도가 거론된다. 다자구도일 경우 진보와 보수 그리고 중도의 싸움인 셈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당선은 못 돼도 보수진영에서 지지율 20% 이상을 얻을 수 있는 후보가 출연하느냐 여부가 제3지대 성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3자 구도를 예상했다. 후보 단일화와 비슷한 개념으로 선거연대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양자구도는 아니고 3자 구도를 예상한다”며 “그냥 놔두면 4자 구도인데 단일화에 들어가면 3자 구도”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정국은 국민들의 촛불민심을 누가 반영하느냐의 문제이지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으로 국민의 거대한 원망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며 “(김 전 대표처럼) 탈당할 의원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빅텐트의 파괴력을 낮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