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지난해 2250억 달러(약 260조 원)로 사상 최대 규모 해외 인수·합병(M&A) 기록을 세웠으나 올해는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본유출 심화 불안으로 기업들에 해외 M&A 열기를 식힐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해외 M&A에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신호는 지난 11일 중산 상무부장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간 기자회견에서 포착됐다. 중산 상무부장은 “기업들이 맹목적이고 비합리적인 투자를 일삼아 일부 업체는 이미 그 대가를 치르고 있고 심지어는 중국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도 10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기업은 해외 M&A에 대한 정부의 요구사항과 정책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며 “스포츠 클럽과 엔터테인먼트 관련 딜은 중국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일부 기업 해외 M&A가 좌절되는 등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분명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중국 최대 부호 왕젠린이 이끄는 다롄완다의 10억 달러(약 1조1480억 원) 규모 미국 TV 제작업체 딕클라크프로덕션 인수가 지난 10일 결국 무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로 완다가 해외로 자금을 인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수가 실패로 끝났다고 전했다.
중국 구리가공업체 안후이신커신소재는 지난해 11월 미국 영화사 볼티지픽처스를 3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나 1개월 후 안후이신커는 이를 철회했다.
중국은 자본유출 가속화에 따른 위안화 가치 추락을 막고자 지난 2년 반 동안 무려 1조 달러를 썼다. 또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 은행들에 500만 달러 이상의 모든 외환 유출 움직임에 대해서는 특별 승인을 요구하는 등 단속을 더욱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