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남성 CEO보다 평균 800만 달러 높다.”
작년에 미국 리서치회사 에퀼라가 S&P500지수 구성 종목 중 34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를 놓고 당시 경제 주간지 포춘은 여성의 보수가 남성보다 낮다는 고정관념을 뒤엎는 결과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는 성 역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는 근거라는 식으로 해석했다. 과연 이것은 역차별인 동시에 여성 임금 불평등이 완화됐다는 신호탄일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신호(13일자)에서 이런 포춘의 보도를 반박하며 여성 CEO가 남성보다 연봉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첫 번째는 표본이 가진 맹점이다. 조사 대상 341개사 중 여성이 CEO인 기업은 고작 17개였다. 즉 여성 CEO가 그만큼 소수라는 의미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여전히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있다. 유리천장을 깨고 나온 여성은 극소수다. 공급 부족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유능한 남성 CEO보다 유능한 여성 CEO를 영입하는 일이 더 어렵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여성 CEO 연봉은 남성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기업들이 여성 CEO에게 높은 임금을 줌으로서 면죄 의식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평소에 사회적 책임 의식이 낮은 기업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더 눈에 띄는 기부를 할 가능성이 크다. 도덕적인 면죄부를 사는 셈이다. 같은 논리로 기업들은 남성 근로자보다 여성에게 더 적은 임금을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죄책감을 소수의 여성 CEO를 활용해 덜어 버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성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여성’이 CEO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점이다. 수십 년 동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연구 결과는 여성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남성보다 낮다는 사실이다. HBR는 최근 미국의 한 연구 결과,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81센트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따라서 여성 CEO 연봉 이야기를 여성 근로자 전체로 확장해서 ‘성별 임금 불평등이 완화됐다’고 말할 수 없다. 전체 경제 활동 인구로 따지면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을 덜 받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