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라운지] CEO 연봉이 반드시 성과와 비례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7-03-2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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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앉은 기업이 최고경영자(CEO)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안긴다면?

2015년 회계부정 스캔들 여파로 부채 압박에 시달리는 캐나다 제약회사 밸리언트의 이야기다. 밸리언트의 조셉 파파 CEO는 작년에 연봉과 보너스를 합해 6300만 달러(약 707억 원)를 받았다. 파파 CEO는 지난해 5월 취임해 CEO로 일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통상 근로자의 연봉과 보너스는 성과에 비례한다. CEO도 예외가 아니다. 애플은 2016 회계연도 기준(2015년 10월~2016년 9월), 15년 만에 연간 매출과 순이익이 감소하자 팀 쿡 CEO를 포함한 경영진 6명이 연봉을 삭감했다. 그 결과 쿡 CEO는 2015년에 비해 연봉이 875만 달러로 15% 줄었다. 당시 애플은 “성과에 따른 보상을 엄격히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CEO도 2013년과 2014년에 일어난 해킹에 대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보너스를 반납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메이어 CEO는 현금으로 지급되는 보너스뿐 아니라 연례 주식 보너스도 거부해 최소 200만 달러를 거절한 셈이 됐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지난주 수익 감소와 구조조정 문제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연봉을 4%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밸리언트는 작년에 애플, 야후, 골드만삭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팍팍한 한 해를 보냈다. 2015년 터진 회계부정 스캔들로 빚더미를 떠안게 돼 줄줄이 자산을 매각했다. 밸리언트의 주주들은 작년에만 약 90%의 손실을 보았다. 지난 13일에는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가 3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밸리언트에 대한 투자를 모두 회수했다. 애크먼은 밸리언트의 주가 하락에 대해 “투자 커리어 중 최악”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파파 CEO는 작년에 주식 보너스 4200만 달러, 기본 연봉 98만1000달러, 상여금 910만 달러, 계약 첫해에 지급하는 사이닝 보너스 800만 달러를 합해 약 6300만 달러를 받았다.

임금 전문가인 마크 레일리는 파파 CEO의 현금 보너스 지급이 정당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밸리언트의 이사회 측도 회사가 목표한 만큼 재무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파파 CEO는 과거에 완수한 일보다 앞으로 해 나갈 일이 더 많기에 이에 대한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고 밸리언트 측은 밝혔다. 밸리언트의 이사회는 “우리는 파파 CEO를 매우 지지하고 있으며 그가 회사의 변화를 이끌어갈 능력을 갖추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회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약점을 제거하는 능력을 갖췄다”며 “CEO가 장기적으로 안정성 있는 경영을 이끌어줘야 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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