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곡물 및 유제품 가격 급등으로 식품업계가 '제품가격 인상'이라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내놓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이미 제품 가격을 인상했으며, 가격을 올리지 않은 업체는 용량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현상에 대처하고 있다.
또한 아직 가격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업체들은 '가격인상' 카드 사용 외에도 원가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ㆍ해태제과 등 빙과 및 제과 업체들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빙과류 가격을 최고 43%까지 인상했다.
실제로 국제시장 유제품 거래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으로 올 1월에 톤 당 2100원에 거래되던 전지분유와 버터는 지난 10월에 들어 각각 5600달러, 6100달러에 거래됐다.
롯데제과는 지난 7월 벌크형 아이스크림인 '셀렉션(450ml)'의 가격을 3500원에서 5000원(600ml)으로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10월에는 바 형태의 빙과류인 '와일드 바디(75ml)'의 가격을 500원에서 700원으로 올렸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 "물류비, 용기비용, 간접비용 등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했다"며 "원가부담이 커서 가격을 인상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소비자 판매가격이 500원인 '누가바(75ml)'의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중량을 70ml로 줄였으며, 벌크형 아이스크림인 마루홈(700ml)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했다.
빙그레도 붕어싸만코(150ml)를 700원에서 800원으로, 700원에 판매했던 빵또아(150ml)를 1000원으로 올리는 대신 용량도 180ml로 늘렸다.
롯데삼강은 국화빵(150ml)을 700원에서 1000원으로, 구구크러스터(700ml)를 4000원에서 5000원으로 각각 가격을 인상했다.
오리온의 경우 내년 밀가루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현재 제분업체와 밀가루 가격을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내달 초 밀가루 가격 협상이 끝나면 제품가격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빵업체와 라면업체도 원가부담이 상승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파리바게트ㆍ파리크라상ㆍ삼립식품ㆍ비알코리아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SPC그룹 계열의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담은 크지만,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며 "대체 원자재를 확보하고 거래선 다양화ㆍ물류비용 절감 등으로 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빵 제품류의 경우 제품가격이 소폭 상승하더라도 소비자가 피부로 체감하는 인상폭이 커 거부감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농심 관계자도 "원가부담이 크다"며 최근의 사태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농심의 경우 지난해 12월 CJ가 밀가루 가격을 7~10% 인상하자 농심은 3개월 후인 올 3월 신라면 가격을 600원에서 650원으로, 짜파게티는 700원에서 750원으로 인상했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 9월 CJ제일제당이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밀가루 값이 13~15% 인상돼 일각에서는 라면값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은 인상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