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2013년 인수한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전자)를 팔아야 할 기로에 놓였다. 동부그룹은 전략적투자자(SI)의 투자를 받아 동부대우전자 인수 당시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받은 투자금을 갚을 계획이지만 실패하면 경영권 매각을 고려해야 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의 지분 49.6%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들은 동반매도청구권(Drag-along)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동부그룹이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이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SBI PE, KTB PE 등이 이같이 판단한 배경은 동부대우전자의 기업공개(IPO)는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FI의 투자를 받으면서 2018년에는 동부대우전자 IPO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동부대우전자는 당기 순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IPO는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순손실 규모는 2014년 59억 원, 2015년 238억 원이다. 지난해에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졌다.
동부그룹은 동부대우전자 IPO가 무산되면 FI들의 투자금을 상환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동부그룹은 FI들의 투자 원금 1356억 원에 연 8% 수익률을 보태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그룹 내에 이만한 현금은 없을 뿐더러 김준기 회장이 담보로 내건 동부대우전자 지분 8% 가치도 인수 당시 기준 220억 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동부그룹은 자베즈파트너스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새 SI를 구하고 있지만 성사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영권이 없는 지분인 데다 향후에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밟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측 투자자와의 거래에 집중하는 최원규 자베즈 대표도 성과가 좋지 않다. 최 대표는 중국 국영기업 SAIC와 함께 금호타이어 인수에 참여하려 했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다급한 동부그룹과 달리 동부대우전자 FI 측은 아직은 관망 중이다. FI 관계자는 “이 회사에 투자할 당시 IPO와 지분 담보, 동반매도청구권 등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많이 설정했다”며 “그룹 측의 투자자 유치 성사 여부를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는 “실물 경기가 좋지 않아 동부대우전자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경영권 매각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반매도청구권(Drag-along)
-소수 지분 투자자가 지분 매각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