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주가조작 수법 BNK금융…‘만신창이’ [건전성 우려-(2)]

입력 2017-04-12 09:25 수정 2017-04-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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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추락에 은행 자금조달 사실상 막혀

BNK금융지주가 잇따른 검찰 수사로 유상증자 등 건전성을 개선하려는 주요 사업에 있어 당분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석한 BNK금융은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짧게는 올해 상반기, 길어지면 연내 더 이상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주가조작은 단순한 꺾기 대출이 아닌 회장이 직접 관여한 전형적인 시세 조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어 은행의 대외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BNK금융그룹의 성세환<65·사진> 회장이 지난 10일 검찰에 소환됐다.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이날 오전 10시경 검찰에 출석한 성 회장은 진술조서 확인을 포함해 무려 16시간에 이르는 강도 높은 조사 뒤 그 다음 날인 11일 새벽 2시께 귀가했다.

성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시세 조종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당국과 금융당국은 성 회장이 직접 거래 업체들을 접촉하고 동원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세를 규합해서 주가를 조작한 전형적인 사례라는 판단이다.

이는 그동안의 꺾기 대출을 통한 시세 조종 의혹과는 다른 얘기다.

그동안 BNK은행이 대출을 전제로 업자들에게 대출을 해준 뒤 이 자금이 주식 매수 대금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것이 아니라 회장을 포함한 은행 임직원들이 직접 업자들을 접촉해 특정 시간과 가격에 주식을 사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가 조종의 전형적인 패턴 중 하나다. 꺾기 대출을 통한 주가 조작은 인과관계 입증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이 사건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부 꺾기 대출이 있었지만, 이번 주가 조작 의혹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주가 조작의 전형적인 패턴이 BNK금융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성 회장에 대한 조사 내용과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종합해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처리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주가 조작 사범에 대해 예외 없이 엄단해온 검찰의 일관된 태도에 비춰볼 때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이 피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성 회장을 구속한 후 수차례 보강 조사를 거쳐 구속 기소할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조심스레 관측하고 있다.

◇檢, BNK 시세조종 사건 수사의지 강해… ‘CEO 리스크’로 번지나 = 검찰이 성 회장을 구속 수감한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경우 그룹 내 중요 현안을 최종 결정할 최고경영자(CEO)의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 즉 ‘CEO 리스크’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검찰 수사 종료 시까지 BNK금융은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추가적인 유상증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검찰 수사 이후에도 기소가 돼 재판을 받게 되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는 시점조차 예측하기 힘들다. BNK금융은 지난해 1월 유상증자에 대해 불공정 거래 행위로 금융당국의 조사에 더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꺾기 대출’ 및 ‘시세 조종’에 관한 무혐의가 입증될 때까지 유상증자의 투명성ㆍ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앞서 2015년 11월 BNK금융은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을 높이고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부터 바젤Ⅲ 추가자본 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돼 2018년까지 보통주 자본비율을 권고치인 9.0%로 맞춰야 하는데, BNK금융은 2015년 9월 말 기준 7.30%에 그쳐 선제 대응이 필요했다. 당시 BNK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은행지주회사 가운데 최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때 단행된 유상증자와 관련해 ‘시세 조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BNK금융은 금융당국과 수사당국 양쪽으로부터 조사 및 수사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이 금융범죄 공조수사의 경우 직접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았다는 전례를 감안할 때 검찰의 대대적인 BNK금융 압수수색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검찰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지검은 지난달 7일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ㆍBNK증권ㆍBNK캐피탈 등 4곳에 수사관을 보내 각 계열사 사무실과 성세환 회장실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유상증자와 관계된 자료 5박스 분량을 확보하고 압수물 분석을 마쳤다. 이어 BNK지주와 4개 계열사의 임원과 실무 직원들, 시세 조종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부산 중견 건설업체 10여 곳의 관계자 등 수십 명을 불러 조사를 벌여왔다. 수사선상에 오른 BNK금융 관계사 임원은 성 회장을 비롯해 6명 정도로 전해진다.

검찰은 성 회장 등 임원들이 시세 조종을 지시했거나 최소한 묵인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혹은 피의자 신분으로 BNK 측 임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 회장의 혐의 입증에 필요한 구체적인 단서나, ‘성 회장이 시세 조종에 관여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은행지주회사별 보통주 자본비율 현황.(자료제공=금융감독원)
▲은행지주회사별 보통주 자본비율 현황.(자료제공=금융감독원)

◇여전히 자본비율 낮은데…추가 유상증자 ‘난망’ = 오는 2019년이면 국내은행에 자본보전완충자본(2.5%), 경기대응완충자본(최대 2.5%), D-SIB 추가자본(1%)이 각각 부과된다. 이때까지 보통주자본비율은 10.5%, 총자본비율은 14.0% 이상씩 유지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BNK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이 9.21%로 은행지주회사 가운데 낮다”면서 “총자본비율 역시 BNK(12.86%)가 다른 은행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BNK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 9.21%는 가장 우수한 KB금융지주(14.25%)와 비교하면 5.04%포인트의 격차가 존재한다. 이 비율이 10%를 못 넘는 은행지주도 BNK금융과 JB금융지주(7.92%) 단 2곳뿐이다. 우리나라 평균인 11.92%에도 2.71%포인트나 하회한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유상증자는 자본비율 제고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종 신주 발행가가 지난해 1월 6~8일 종가 평균에 할인율 17%를 적용해 6750원으로 확정됐는데, BNK금융은 유증을 통해 보통주 자본비율을 불과 0.87%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머물렀다. 유상증자로 보통주 자본비율을 1.1%포인트 높여 8%대 중반(증자 전인 2015년 말 7.45% → 증자 후 8.54%)에 맞출 것이란 당초 회사의 기대를 밑돈 수치다.

이에 따라 BNK금융은 BIS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소매금융 위주의 여신성장 전략을 구사해야 하나 주력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경우 금융채 연동대출 비중이 모두 50~55%로, 지난달 16일 연 0.50~0.75%인 기준금리를 0.75~1.00%로 0.25%포인트 올린 미국 금리인상 조치에 따른 국내 시중금리 반등에도 순이자마진(NIM) 확대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채 연동대출은 통상 ‘고정금리’ 대출”이라며 “이미 금융당국의 올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인 45%를 훨씬 웃돌아 정부 정책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어도 사상 최악인 은행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못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연이은 대형 악재…신뢰도 타격 ‘불가피’ = 금감원 특별조사국은 BNK금융 경영진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포착해 조사하던 중 검찰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을 ‘패스트트랙’으로 분류해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승인(자조심 위원장 결제)을 받아 지난 2월 24일 연관 자료를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에 이첩했다. 패스트트랙은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 혐의로 빠른 수사가 필요할 경우 금감원이 검찰에 자료를 넘겨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BNK금융이 신주의 발행가격을 작년 1월 6~8일 사흘간의 주가로 정했는데, 이 기간 주가를 고의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때마침 대출 시기가 유상증자 시점과 겹치면서 BNK금융이 시세 조정 의심을 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은 BNK금융 계열사인 부산은행이 외부인사 16명에게 300억 원을 대출해 주고 이 중 30억 원이 BNK금융 주식을 사들이는 데 집중적으로 쓰인 사실을 적발했다. 외부인사 중 4명은 거액의 특혜 대출로 물의를 일으킨 엘시티 시행회사 임원들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수상한 자금이 1일 거래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면 시세 조종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BNK금융 1일 거래량은 50만~350만 주로, 30억 원으로 한 번 사고팔면 거래량의 약 27%에 달한다. 문제는 BNK금융이 발행하기로 한 신주물량이 기존 발생주식 수의 27%에 해당하는 7000만 주나 됐다는 점이다.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지자 1만2000원대였던 주가는 8000원대까지 폭락했다. 주저앉은 주가는 일 년 동안 9000원대 초반을 겨우 회복했다.

BNK금융 주가는 작년 1월 6일 3.21%(종가 8130원) 급락했다가 7일과 8일 각각 0.62%(8180원), 1.35%(8290원) 상승했다. 검찰은 해당 주가가 이틀 사이에 2%가량 올라, 그만큼 더 많은 투자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상증자는 시세가 대폭 떨어질 경우 총액인수라도 증권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유상증자 실패를 염려한 BNK 측이 추가 대출을 간절히 원했던 엘시티 시행업자와 짜고 곤두박질치는 주가를 떠받쳤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주장이다.

BNK금융지주 및 부산은행 관계자는 “엘시티는 부산 지역의 랜드마크 사업으로 철저한 사업성 판단을 근거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지원했다”며 “엘시티는 분양이 순조롭게 진행돼 약정 규모 대비 현재 대출 잔액도 적다”고 해명했다. 또 “엘시티 관련 PF 대출은 내부 규정에 의거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항변했다.

1조 원대 엘시티 특혜 대출에 이은 시세 조정 수사까지 연달아 터진 대형 악재로 BNK금융은 성 회장 등 경영진 리더십과 신뢰도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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