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막으려면 어떤 공기청정기가 좋은지 알려주세요.”
“내일 유치원에 초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기로 했어요.”
대한민국 하늘이 미세먼지로 연일 뿌옇게 뒤덮이면서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회원 4만 명이 넘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다. 긴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왔지만,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는 불안을 넘어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석면, 담배 등과 함께 1급 발암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타고 몸 안에 들어와 천식과 폐 질환, 뇌졸중(腦卒中)의 원인이 된다. 특히 폐 기능이 아직 덜 발달한 아이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 중에서 한국이 40년 뒤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조기 사망 등의 피해 규모가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상당량이 유입되니 국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중국 탓만 하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세먼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내놓는 대책마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정부는 지난 2월 15일부터 수도권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공공기관 2부제 실시, 공공부문의 대기배출사업장·건설공사장의 조업 단축을 시행했다. 그러나 발령 요건이 까다로워 미세먼지 나쁨이 잇따라 발생해도 차량 2부제나 조업 단축이 한 차례도 발령되지 않았다. 이달 초 기준을 완화한 공공부문 발령을 추가로 내놓았지만, 이 역시 공공부문으로 한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환경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백령도의 미세먼지 수치 중 1년 6개월 분량의 오류가 드러난 것은 이 같은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환경부는 홈페이지 전송 과정에서 프로그램 오류로 끝자리가 누락된 것이라며, 정책 입안(立案)에는 제대로 된 자료를 사용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듯, 미세먼지 현황을 분석하는 수치부터 잘못됐는데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겠는가.
무엇보다 미세먼지가 현재 어떤 규모로, 누구에게 악영향을 미칠지 정부는 가늠조차 못 하고 있다. 미래의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그동안 정부가 제시해 온 실질적인 대책은 오염도를 미리 알려주는 문자서비스뿐이었다.
미세먼지 배출원이 어디에 있는지, 성분은 무엇인지 등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 미세먼지 배출원 중 하나인 선박이나 건설 등과 관련된 국내 통계는 정확하게 잡혀 있지도 않다. 지역별로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원인에 의해 얼마만큼 발생하고, 어디로 불어오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관리나 통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정부는 정확한 원인 규명을 통해 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하루 이틀 만에 나온 대책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분명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당장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하고, 국민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미세먼지 줄이기 캠페인을 벌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