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69·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의 후임은 당초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오는 9월 임명할 예정이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명권과 일선 판사 인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사법부에 ‘대못’을 박고 퇴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지난달 파면 결정이 내려지면서 후임 대법원장은 새 대통령이 임명하게 됐다. 선거가 끝나면 양 대법원장은 당장 이상훈(61·10기) 대법관의 후임 인사부터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법관은 지난 2월 퇴임했지만, 탄핵심판으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후임 대법관이 임명되지 않았다.
양 대법원장의 후임 인선 구도도 안갯속으로 빠졌다. 법조계에선 일찌감치 차한성(62·7기) 전 대법관과 박병대(60·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차기 대법원장으로 유력하게 검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형적인 대구·경북(TK) 출신 엘리트 법관인데다 판결 성향도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교체가 유력한 상황에서 호남 출신 전직 대법관들이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제일고 출신의 이상훈 전 대법관은 물론 대전고를 나온 이인복(61·11기) 전 대법관도 대법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참여정부 시절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으로 평가받던 인사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시환(64·12기) 전 대법관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에 반기를 들었던 인사라는 점에서 사법부 개혁을, 전수안(64·8기) 전 대법관이나 김영란(60·11기) 전 대법관은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이라는 측면에서 명분을 세울 수 있다. 이들은 특히 지난달 이후 공석인 박한철(64·13기)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으로도 함께 거론된다. 대법관 재직 시절 소수자 보호에 전향적이었던 만큼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