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유섭의 좌충우돌] 제왕적 대통령제와 오너경영

입력 2017-04-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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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닮아도 너무 닮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A대기업집단에 대해 오너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내용인즉 총수 일가가 출자한 계열사의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사들인 후 빌려주는 과정에서 부당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일부 재벌 총수들의 회사기회를 유용한 사익 편취 행위는 최근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너무도 유사하다.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이번 사태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제왕적 대통령제이다. 재벌 총수의 회사기회유용(會社機會流用)과 사익 편취의 내막에도 제왕적 오너 경영 체계가 있다. 이는 시장경제(市場經濟) 논리에도 어긋나는 부분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들의 그룹 내 지배 지분율은 매우 적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왕적 오너 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승계 구도 과정에서 지주사 전환, 계열사 간 합병뿐만 아니라 기업공개, 일감몰아주기 등의 회사기회를 유용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회사기회는 주주들이 공평하게 나눠 가져야 하고, 그 이익도 지분율에 따라 공평하게 나뉘어야 한다. 이게 시장원리의 원칙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최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실질적 오너가 된다. 현재 국내 대기업집단의 총수들은 여러 주주를 대표하는 최대주주일 뿐이다. 모든 회사기회를 독점할 수 있는 주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주주를 대표해서 자신의 이익과 여러 주주들의 이익을 같이 추구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총수가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혀도 그 자리는 변동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금지하는 법 규정이 도입된 결정적인 배경에는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전후로 대기업 총수 일가들이 경영권 승계나 경제상 이익을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하면 그룹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행태가 만연했다.

현재 공정위는 2015년에 이어 올해 2차로 사익 편취 규율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실태 점검에 나섰다. 점검 대상은 5조 원 이상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45개 그룹에 소속된 225개 계열사이다.

국내 대기업 총수가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자신들의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사익 추구 행위가 정경유착을 부르고 옥죄게 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총수에 대한 규제 법률이 강화될수록 재벌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러브콜을 보내야만 한다.

반대로 이런 기회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하려는 권력들이 등장할 수 있다. 대기업 총수가 사익 편취를 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면 정경유착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을 수도 있다. 특히 대기업들의 사익 편취 행위는 중견그룹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법적인 규제를 받지 않고 있을 뿐이지 그 방법까지도 너무도 닮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감시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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