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등장했던 첨단 신소재들이 수요처 확보 등에 실패하며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투입해 개발, 상용화에도 성공했지만 정작 팔 곳이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가동이 중단됐던 폴리케톤을 생산하는 효성 울산 용연2공장이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 현재까지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생산량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케톤에 대한 수요가 아직 크지 않은 탓이다. 폴리케톤은 2013년 효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친환경 신소재다. 나일론, 폴리아세탈 등에 비해 내화학성·내마모성·기체 차단성 등이 뛰어나 개발 당시에만 해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을 대체할 세계 최초 고분자 신소재로 꼽혔다.
여전히 폴리케톤을 능가할 소재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폴리케톤의 수요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높은 가격과 수요처의 설비 변경 등이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케톤뿐만이 아니다. 그래핀과 더불어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탄소나노튜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탄소나노튜브의 경우 시장이 좀처럼 열리지 않자 탄소나노튜브의 국내 선두주자로 꼽혔던 한화케미칼이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다만 LG화학은 올해 초 250억 원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연간 400t 규모의 탄소나노튜브 전용공장을 구축하며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돌입하는 등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업체들은 기존 소재를 대체해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하는 데 여전히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의 생산규모는 세계 4위 수준으로 400t 규모에 이르고 있으나 2016년 기준 전 세계 탄소나노튜브 시장은 800t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가격 등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고객을 확보한 뒤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어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코오롱플라스틱이 선보인 자동차·항공기용 신소재 ‘컴포지트(kompoGTe)’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오롱프라스틱이 탄소섬유 복합소재 컴포지트 양산 설비를 구축한 시기는 2014년이지만, 아직도 고객사 확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다 거시적인 시각을 갖고 신소재·신산업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