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는 현재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적용 대상, 범위가 복잡하다. 은행권뿐 아니라 2금융권의 모든 대출금과 이자를 계산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계산해야 한다.
은행별로 대출 상품이 제각각인 만큼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 은행들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DSR 표준모형을 만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신용정보원의 DSR 정보를 받아왔다. 해당 정보에는 차주의 대출 연간 원리금 상환액 규모가 포함돼 있다.
은행들이 처음 정보를 제공받을 때만 해도 실제 대출 심사에 적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듯했다. 금융당국도 올해 표준모형 개발, 내년 시범 활용, 2019년 의무화의 단계별 추진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국민은행은 이번 주부터 대출 심사 시 DSR 300%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을 통틀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주의 연봉 3배 이내에서만 돈을 빌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출의 종류, 차주의 신용등급 등에 따라 DSR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DSR의 맹점인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100% 포함하기로 했다. 반면 자영업자 운전자금 대출, 신용카드 한도, 현금서비스 등은 제외했다.
DSR는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정책적인 취지에서 출발한다. 이른바 대출 규제인데, 은행 입장에서는 성장(이자이익)을 저해하는 족쇄인 셈이다.
가계부채 관리 수단으로써 DSR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으려면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해야 한다. DSR를 일관되게 전 금융권에 적용해야지, 은행만 옥죄어서는 답이 없다.
이런 관점에서 KB국민은행의 최근 행보는 갑작스러운 면이 있다. ‘돈’을 만지는 업(業)의 특성상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은행권에서 이처럼 속도감 있는 움직임은 드물다.
국민은행의 DSR에 대한 실효성 의문도 있다. DSR 300%는 따져보면 그렇게 깐깐한 기준도 아니다. 금융당국이 비율을 은행 자율에 맡기겠다면서도 예상치로 70~80% 수준을 언급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민은행의 판단이 성급했을 수 있다. 표준모형이 나온 후에 다른 은행들과 보폭을 맞춰도 크게 어색할 일이 없다.
호사가(好事家)들은 국민은행이 치고 나간 이유를 정세와 무관하지 않게 보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가계부채 해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코드 맞추기’에 국민은행이 ‘행동대장’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정부는 공과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금융위원회의 치적 쌓기에 국민은행이 무모하게 총대를 멘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런데 금융위가 정부조직 개편안의 영순위 대상이라는 소문이 찜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