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카카오가 코스피 이전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카카오의 이전상장은 주가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코스닥 시장 침체 등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추진설을 묻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코스피 이전상장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회사 측은 “이 사항과 관련해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한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하는 등 사실상 이전상장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상장 추진에 대해 주가상승 모멘텀 확보를 가장 큰 이유로 언급했다. 카카오는 그간 대규모 M&A와 신규 사업 추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지지부진했다. 2015년 1월, 16만 원을 기록한 주가는 2년 3개월이 지난 현재 9만 원대로 반토막났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었던 카카오는 올해 2분기부터 모바일 광고의 실적 기여, 알리페이와 제휴에 따른 카카오페이 거래대금 확대, 6월 카카오뱅크 출범 등 신규 성장동력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주가상승 모멘텀 확보가 더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3년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직후 주가가 상한가에 육박했다. 2003년 SBS와 2008년 NAVER의 주가 역시 이전상장 후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의 주가도 이날 이전상장 답변공시 후 전일 대비 4.47% 오른 9만1100원에 거래되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상장 배경은 명확하다. 시장의 중심은 거래소다.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불량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있어 이전상장만으로도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며 “코스피 시장에 들어와 있으면 밸류에이션 평가가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우량기업의 이탈이 전체적인 시장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월 ‘테슬라 요건’을 도입하는 등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지만, 카카오 등 시총 상위기업의 이탈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은 현재 위기다. 올해 들어 대형주 위주의 시장 성장이 고착화되며 중소형주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상장문호를 개방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코스닥 우량주의 이탈을 막는 제도적 개선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