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두테르테 등 독재자 만난다”…트럼프 쇼맨십 이해하려면 프로레슬링 보라?

입력 2017-05-0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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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황 적절하면 김정은과 대면할 수 있어”…트럼프, 빈스 맥마흔 WWE CEO와 공통점 많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평양/AP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평양/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서구권에서 독재자로 악명 높은 인사들과 만나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그 이유를 설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쇼맨십의 원천이 프로레슬링에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상황이 적절하다면 나는 확실히 김정은과 만날 것이다.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정치적인 인사 대부분은 이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 뇌관을 해제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하에서라면 나는 그와 만날 것이다. 우리는 긴급한 뉴스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김일성이 사망한 2011년 정권을 잡고 나서 아직 외국 지도자를 만난 적도 그리고 북한을 떠난 적도 없다. 또 1953년 한국전 휴전 이후 북한 지도자와 만난 미국 대통령도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긴장과 갈등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르면 2020년까지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핵탄두 장착 탄도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이 최근 북한 지도자를 만난 미국 최고위급 관리의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전문가들이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만일 트럼프가 북한의 핵개발 야망을 포기시키고 김정은과 회담한다면 그의 최대 치적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왼쪽: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왼쪽: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트럼프는 이틀 전 두테르테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를 미국으로 초청한 것에 대해서도 “필리핀은 전략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나는 그를 만날 것을 고대한다. 그가 백악관에 온다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트럼프가 인터뷰나 연설을 할 때마다 끊임없이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프로레슬링을 연상하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달 29일 취임 100일을 기념해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개최했던 집회도 프로레슬링을 방불케했다. 사실 트럼프는 미국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명예의 전당’에 오른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07년 빈스 맥마흔 WWE CEO에게 억만장자 대결을 제안하고 있다. 출처 WWE 웹사이트 동영상 캡처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07년 빈스 맥마흔 WWE CEO에게 억만장자 대결을 제안하고 있다. 출처 WWE 웹사이트 동영상 캡처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프로레슬링 비즈니스와 미디어 이론에 정통한 샘 포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원과의 2일자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와 프로레슬링의 관계를 탐구했다. ‘트럼프의 연설방식이 프로레슬링 영향을 받았는지’라는 질문에 샘 포드 연구원은 “트럼프가 WWE와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도 다소 있겠지만 원래 허풍을 떨면서 설전을 벌이는 것을 선호하는 등 프로레슬링적인 캐릭터였다고 할 수 있다”며 “프로레슬링은 관객과의 상호작용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트럼프도 자신의 말에 환호하거나 적에게 야유를 보내는 관객을 이용해 연설에 기세를 내고 있다. 그는 아예 지지자가 없는 기자회견장에서 직원에게 성원이나 박수를 하도록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지난 2007년 아예 프로레슬링 링에 직접 올라 빈스 맥마흔 WWE 최고경영자(CEO)와 ‘억만장자 대결’이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오만한 엘리트 부자라는 캐릭터로 나온 맥마흔과 반대로 부를 환원하는 포퓰리스트 부자 역할을 맏았다. 이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강조한 이미지와도 통한다. 다만 포드 연구원은 “WWE에서는 같은 선수에 대해 환호하는 팬과 야유하는 팬이 공존하고 있지만 트럼프 집회는 반대자에 대한 관용은 없다”며 “이것이 바로 트럼프와 WWE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포드 연구원은 트럼프와 빈스 맥마흔 CEO는 공통점이 많다는 것도 언급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두 명 모두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미국 전역, 더 나아가 국제적인 비즈니스 제국을 구축했다. 카리스마와 함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을 좋아하며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것도 같다.

맥마흔 부부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진영에 고액을 기부했으며 맥마흔의 아내이자 전 WWE CEO인 린다는 중소기업청장으로 취임해 트럼프 정부에 참여했다. 다만 WWE는 해외시장을 중시하는 한편 팬층이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해 트럼프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나 린다 맥마흔의 입각 등은 크게 선전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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