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본격 출범했다. 정권 교체가 된 만큼 경제정책 기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경제공약 중 가장 먼저 경제민주화를 언급했다. 방점은 재벌개혁, 그 중에서도 갑질 근절에 찍혔다. 문 대통령은 갑의 불공정 갑질과 솜방망이 처벌을 끝내기 위해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가칭)’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기업-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 개선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의사도 밝혔다. 여기에 가맹ㆍ대리점사업자 갑질행태 감시ㆍ처벌,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소송제 도입, 중소기업 납품 단가 공정화 등 ‘생활 밀착형’ 갑질 타파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 등 4대 재벌에 롯데ㆍ CJ까지 6대 기업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정권 초반 강도 높은 재벌개혁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총수일가 견제 강화를 위한 공약으로는 기존 순환 출자 단계적 해소,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ㆍ전자ㆍ서면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일감 몰아주기 근절, 재벌 계열 금융사 의결권 제한, 경제범죄 사면권 제한 등을 내걸었다.
‘일자리 창출’은 문 대통령이 대선 경선부터 강조한 대표 경제정책 공약이다. 특히 그의 약속대로 당선과 동시에 곧바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및 일자리 100일 플랜을 가동하고 10조 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전체 고용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일자리 비율(7.6%)에서 3%포인트만 올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3%)의 반만 돼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가 생겨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휴일 노동을 포함해 주52시간의 법정 노동시간과 법정 휴가만 지켜도 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청년 정규직 3명을 고용하면 그중 1명의 임금을 3년간 정부가 전액 책임지는 ‘추가고용지원제도’와 만 18~34세 중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청년을 대상으로 최대 9개월간 월 30만 원 이상을 지급하는 ‘청년구직 촉진수당’을 도입해 중소기업과 벤처 일자리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문재인 캠프에서 정책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았던 김용익 원장은 지난달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부문 일자리는 일자리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사회서비스 강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 인프라 개혁, 가계부담 경감 효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는다”며 “일자리 81만개가 새로 만들어지면 직장이 없던 사람만 새로 취업하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 알바생이 옮겨가면서 노동시장 움직임을 일으켜 경제에도 활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신성장동력도 확보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큰 정부론’을 내세운 그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 협업체계를 구축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조직을 중심으로 전기차, 사물인터넷망 등 주요 인프라를 구축하고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는 등 ‘21세기형 뉴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통한 시장 안정화와 친서민 주거복지에 무게가 실렸다. 문 대통령은 서민들의 집값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공적임대주택’을 연간 17만호 공급할 계획이다. 또 청년층을 위해 월세 30만 원 이하의 셰어하우스형 공공임대주택 5만 가구를 공급하고 대학기숙사 수용 인원도 5만 명으로 늘릴 것을 약속했다. 전·월세의 상승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계약 갱신 권한을 세입자에게 부여하는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도 공약사항이다. 위험수위에 도달한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선 정부가 직접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도입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사회·교육·복지 분야에서는 △만 0~5세에게 매달 10만 원의 아동수당 지급 △국공립 유치원 이용 아동 40%까지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10일로 확대 △육아휴직 급여 인상 △외국어고·자사고·국제고의 단계적인 일반고 전환 △대학입학금 폐지 △고교무상교육 및 반값등록금 실현 △소득 하위 노인 70%에게 기초연금 월 30만원 지급 △치매국가책임제 도입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노후 원전 폐쇄 및 신규 중단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 공약 이행에 필요한 매년 35조6000억 원(5년간 총 178조 원)을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비과세ㆍ감면 축소, 탈루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고액 상속ㆍ증여에 대한 세부담 인상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세율 인상 수준이나 법인세 인상 범위와 수치 등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새 정부에서도 증세 논란이 재연될 공산이 커졌다. 윤호중 문재인 캠프 정책본부장은 대선 전 공약 재원마련방안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인상 수치 등은 문 후보가 당선되면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때 부수 법안으로 내겠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세법 개정안을 확정하는 안을 거치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확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