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불을 놓는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크롱은 다음 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무역과 외국인 투자에 대해 유럽연합(EU)이 더욱 엄격한 자세를 취하도록 요구할 전망이다. 소식통들은 마크롱이 이 자리에서 EU가 반덤핑 조치를 강화하고 전략적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통제를 더 할 수 있도록 신속히 움직일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뜩이나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취하는 상황에서 EU마저 비슷한 행보를 걸으면 글로벌 무역전망이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마크롱은 친EU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선거 기간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마크롱의 한 측근은 “당선인은 EU가 유로에 대한 회의주의를 억제하고 르펜에게 힘을 실어줬던 세계화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분노를 달래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는 유세에서 단호하게 친(親) EU 입장을 견지했지만 그것이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친유럽파가 EU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더는 그들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크롱의 경제고문으로 내정된 장 피사니-페리는 이날 “마크롱이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나타낸 ‘공포’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그는 단지 행복한 프랑스를 말하고자 대선에 나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크롱의 EU에 대한 우선순위에는 트럼프 정책을 모델로 한 ‘유럽을 사라 법률(Buy European Act)’도 포함됐다고 FT는 전했다. 이 법률은 비EU 기업들이 공공조달 계약에 접근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의 군사협력이 더욱 확대되는 것도 원하고 있다. 마크롱은 대선 유세에서 “유럽은 안보와 테러 대응, 이민과 무역 등의 이슈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해 미국, 중국과 좀 더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크롱은 프랑스 총선이 5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젊은 피 수혈 등 정계개편 작업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마크롱이 창당한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이날 6월 총선 공천자 명단 428명을 발표했다. 공천에는 약 1만9000명이 응모했다. 발표된 공천자 평균 연령은 46세로, 현 하원의원 평균인 60세보다 무려 14세나 적었다. 마크롱이 약속한 대로 공천자 중 절반은 여성으로 채워졌다. 또 이들 중 52%는 정치 경험이 아예 없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최연소 공천자는 24세이고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72세다. 약 10명의 공천자는 실업 상태다.
사회당 소속의 마뉘엘 발스 전 총리는 공천에 지원했으나 정치 신인 위주로 뽑는다는 규정을 이유로 신당이 이를 거부하는 굴욕을 맛봤다. 전직 대테러 전담 헌병특공대 GIGN 수장과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 등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이 공천자 명단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