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 재벌조사 전담조직(옛 조사국)의 부활을 12년 만에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국은 대기업을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재계의 비판을 받아 2005년 12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 조직 개편·정비 관련 공약 중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 부활을 가장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조사국 신설은 법 개정 사안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논의를 거치면 되기 때문에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15일 공약을 입안한 대선 캠프 주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내각 구성이 완료되면 먼저 공정위 조사국을 부활시켜 주요 대기업의 부당행위 감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조사국은 30∼40명의 인력이 투입돼 재벌의 부당 지원 관련 정보 수집·관리, 조사, 과징금 부과 등을 전담했던 조직이다.
조사국이 활동한 1996년 말부터 2005년 12월 18일까지 재벌의 부당지원행위 관련 과징금 부과 실적은 3849억 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측은 “당장 조사국이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재벌개혁은 4대(삼성·현대차·LG·SK), 10대 그룹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재벌 개혁에 앞장서겠다”며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10대 공약 가운데 3번째 순서로 배치할 만큼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황제 경영, 부당한 특혜 등을 없애겠다고 공약에서 밝혔다. 특히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세력의 국정농단, 대기업의 유착 사실이 밝혀지며 조기에 치러진 터라 정경유착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개혁을 뒷받침하는 것이 공정위의 조사국이다.
조사국이 12년 만에 다시 생기면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할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국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한 조사가 강화될 수 있다.
2005년 말 조사국 폐지에 앞장섰던 재계는 이번에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권한이 강해질수록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