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바탕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려온 모바일 칩 업체 퀄컴이 애플과의 특허전쟁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퀄컴은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소재 연방지방법원에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위탁생산하는 아시아 업체 4곳을 제소했다. 세계 최대 위탁생산업체이자 중국에서 팍스콘 공장을 운영하는 대만 혼하이정밀공업과 페가트론, 위스트론, 컴팰일렉트로닉스가 그 대상이다.
다른 스마트폰 업체와 달리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애플은 퀄컴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대신 위탁생산업체들이 퀄컴에 로열티를 내면 이를 지급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퀄컴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애플이 이들 위탁생산업체들에 로열티 지급을 거부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돈 로젠버그 퀄컴 법률고문은 “위탁생산업체들이 제기한 불만과 이슈는 애플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이 다른 업체를 끼워넣어 우리를 공격하는 의제를 발전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고소했다. 애플의 이런 개입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실적 발표에서 퀄컴과의 특허전에 대해 “우리는 원칙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했다”며 “퀄컴의 ‘정말로 위대한 기술’은 아이폰에서 작은 부분만을 차지할 뿐이다. 휴대폰 전체 가격에서 일정 부분을 퀄컴이 떼어 받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이날 퀄컴의 소송에 “우리는 지난 5년여 간 퀄컴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자 노력했지만 그들은 공정한 조건에 협상하기를 거부했다”며 “이에 우리는 법원의 정확한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지급을 연기한 것이다. 퀄컴의 요구는 불합리하며 자체 기술이 아닌 타사가 이룬 혁신에 기반해 더 높은 요금을 청구하고 있다”고 반박 성명을 내놓았다.
퀄컴은 그동안의 특허 관행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애플과의 소송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인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는 지난 1월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걸었으며 유럽연합(EU)과 대만도 비슷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애플은 FTC가 퀄컴을 제소한 직후 부당하게 높은 특허료를 이유로 퀄컴에 환불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은 지난달 애플이 자사 비즈니스 모델에 거짓 주장을 펼쳐 각국 규제당국의 조사와 처벌을 받도록 했다며 맞고소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최근 FTC의 퀄컴 제소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이번 특허전은 퀄컴 대 다른 IT 업체 연합군의 대결로 번지고 있다. 퀄컴 주가는 특허전쟁 여파로 올들어 지금까지 15% 이상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