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유통업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 도시 대형마트나 외곽의 아웃렛 등 대규모 유통채널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는 선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통업계는 현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복합쇼핑몰 출점 규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추가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규제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비정규직 2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마트의 경우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새 정부의 규제가 온전히 유통업종에 반영될 경우 현재 추정치보다 영업이익이 백화점은 약 12%, 대형마트는 약 2%, 복합쇼핑몰은 1.5%, 편의점은 5% 하락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밝힌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계획 역시 매출 부진의 늪에 빠진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영업이익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다만 의무휴무일 확대는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업체의 타격이 클 수 있어 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대형마트 휴무일 지정 때도 납품업체의 타격에 비해 재래시장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실익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어 정부가 쉽게 도입하긴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업 상생을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소상공인 스스로도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정희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유통업 정책 방침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뜻”이라며 “골목상권을 위한 규제 효과는 바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소상공인 스스로도 보호 아래 경쟁을 통해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실효성 있는 규제가 마련돼야 하고 전반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유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5일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소기업학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소재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새 정부의 유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선 다양한 정책 건의가 이어졌다.
노용환 중소유통포럼위원장(서울여대 교수)은 “새 정부는 고질적인 불공정 거래 행위, 소위 갑질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유통업계도 보호와 지원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스스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상생협력을 통한 균형발전이 중요한 정책과제”라며 “대형 유통 업체들은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으로 진출해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