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와 걸프지역의 주요 아랍 국가들의 외교 단절 사태가 3주차로 접어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동 안팎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걸프 위기의 중재자 역할의 공이 미국 틸러슨 장관에게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틸러슨 장관은 사우디 주도하의 카타르 단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일 미주기구(OAS) 회의차 예정된 멕시코 칸쿤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국무부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틸러슨 국무장관은 중동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걸프지역 국가 정상들과 전화외교를 하는 등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이미 틸러슨 장관이 걸프 지역 국가 정상들과 12통이 넘는 전화통화를 했으며 일부회동에도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동 갈등 문제를 놓고 틸러슨 장관에게 기대감을 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가 미국 최대 정유사 엑손모빌을 이끌던 최고경영자(CEO) 시절 중동 국가 정상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 이미 틸러슨은 이러한 친분을 활용해 카타르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났다.
중동 지역 내부에서도 틸러슨의 역할론이 언급되고 있다. 사우디와 함께 이번 카타르 단교에 동참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안와르 가가쉬 외무장관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분쟁에서 서구의 강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는 없지만 우리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고 우리는 서구 국가들에 이 역할을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걸프 왕정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터키와 이번 단교에 참여하지 않은 걸프 이웃 국가 쿠웨이트가 중재 역할을 자처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카타르 측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요구조건을 먼저 보겠다면서 사우디에 맞서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16일 카타르의 극단주의·테러리즘 지원에 대한 ‘불만 목록’을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카타르와 단교에 동참한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이집트와 이 목록을 작성하고 있으며 카타르에 곧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걸프지역의 갈등 고조는 미국으로서도 난처한 문제다. 미국은 사우디와 카타르 모두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 특히 카타르의 경우 미국 공군기지를 비롯해 중부사령부의 지역 본부가 소재한 곳으로 군사 목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 단교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우디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하며 틸러슨과 엇갈린 입장을 보여 중동 갈등을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진짜 입장이 어떤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9일 “카타르 봉쇄조치”를 완화해줄 것을 촉구했으나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조치는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란 외무부는 18일 자국의 외무차관이 카타르 도하를 방문,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단교 사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