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제치고 왕위계승 서열 1위 오른 빈살만, 무너진 OPEC 카르텔 위상 회복시킬까

입력 2017-06-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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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의 후계구도가 전격적으로 재편됐다. 살만(82) 국왕이 왕위계승 서열 1위였던 조카 모하메드 빈 나예프(57)를 실각시키고 자신의 친아들 모하메드 빈 살만(31) 왕자를 1위로 올렸다. 이러한 사우디 왕가의 서열 변화가 또 다시 추락하는 국제유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살만 국왕의 파격적인 결정은 형제 상속에서 부자 상속으로 사우디 왕가 전통을 뒤집은 것이었다. 이날 결정으로 빈 나예프 왕세자는 내무장관직을 포함한 모든 공적 지위가 박탈됐다.

빈 살만 왕자는 그간 왕위계승 서열 2위였지만 ‘실세’ 왕자로 통했다. 살만 국왕은 2015년 즉위하면서 당시 서른 살이던 아들 빈 살만을 세계 최연소 국방장관에 앉히며 일찌감치 힘을 실었다. 빈 살만은 현재 사우디의 주요 경제 사회 정책을 주도하는 왕실 직속 경제·개발위원회의 위원장직을 겸하며 사우디 정책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식 서열 넘버1에 오르면서 빈 살만 왕자가 앞으로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빈 살만 왕자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석유의존도를 줄이겠다며 탈(脫)석유화 정책 ‘비전2030’을 내놓으며 에너지 정책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사우디 왕실은 왕정을 지탱하는 근간인 원유 사업만큼은 왕가 출신이 아닌 전문가를 수장으로 영입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빈 살만 왕자는 석유 정책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겠다며 20년 넘게 석유장관을 지낸 알리 알 나이미를 해임, 자신의 오른팔로 불리는 칼리드 알팔리를 에너지 장관에 임명했다.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 계획도 빈 살만 왕자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석유 정책은 중동의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책과 맞닿아있다. 뉴욕타임스(NYT)가 빈 살만 왕자의 주도로 OPEC이 주요 산유국의 감산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빈 살만 왕자가 사우디 왕정 실권을 쥐게 되면서 OPEC 내에서 더 ‘자유로운 손’을 얻게 됐다고 말한다. 일단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살만 국왕의 결정의 영향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짙다. 빈 살만 왕자 특유의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석유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빈 살만 왕자가 석유 정책과 관련해 경험이 없으면서 정책에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갑작스럽게 정책을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빈 살만 왕자는 지난해 4월 사실상 확실시됐던 주요 산유국 생산량 동결 합의를 뒤집고 느닷없이 탈석유화 정책을 내놓았다.

리서치회사 채텀하우스의 폴 스티븐스 중동 에너지 부문 애널리스트는 “문제는 빈 살만 왕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성향이라는 것이며 그가 누구의 조언을 듣는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탈석유화 정책도 오락가락하며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초기 사우디는 국제유가 방향이 중요하지 않다며 유가 하락세를 사실상 방치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하자 러시아를 비롯한 비(非)OPEC 산유국을 불러모아 감산을 합의했다. 사우디 주도로 산유국이 감산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국제유가는 하락일로다. 전날 국제유가는 올해 고점 대비 20% 하락하면서 약세장에 진입했다. 감산 이행 약속의 예외 적용을 받는 일부 국가와 미국의 생산량 확대로 공급과잉 우려가 유가 발목을 잡고 있다. 21일에도 국제유가(WTI 기준)는 2.25% 하락해 배럴당 42.53달러를 기록했다. 앞으로 배럴당 40달러 선 저지도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국제유가 하락세는 OPEC의 영향력이 나날이 축소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빈 살만 왕자 주도로 감산에 나섰지만 결국 원유시장에서 생산량과 함께 영향력도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전략에 있어서 베테랑이었던 알리 알 나이미 전 사우디 석유장관은 진작부터 이를 꿰뚫어 봤다. 그는 2014년 OPEC의 감산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요구에 “OPEC이 생산량을 줄인다고 해도 미국 셰일유 생산업체때문에 공급과잉 문제 해결에 도움 안된다”고 잘라말했다. 생산량 감축과 함께 원유시장에서의 영향력마저 줄어든다는 게 그의 계산이었다. NYT는 유가가 오르지 않는 한 사우디의 감산 정책도 의미가 없어지고 빈 살만 왕자가 주도하는 아람코의 IPO도 예상만큼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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