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이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인수대금 중 절반 가량을 해당 은행에서 마련한다. 차입금 규모는 5000억 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KEB하나은행 본점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조만간 체결한 뒤 자금조달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해당 건물의 인수대금은 9050억 원이다. 부영은 이 중 절반 가량을 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하는 것을 하나은행과 논의하고 있다. 인수한 빌딩을 신탁회사에 신탁한 뒤 이를 담보로 매도자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방식이다. 대형 부동산 거래의 경우 통상 전체 매매대금의 40~60%를 매입자가 차입을 통해 마련한다.
이 같은 방식은 부영과 하나은행 모두에게 이점이 될 수 있는 거래로 평가된다. 부영은 거래 상대방에게서 자금을 차입해 만기를 최대한 늘리면서 조달금리를 낮추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빌딩 매입에서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 투입 비율이 줄면 그만큼 미래 투자에 대비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담보대출을 통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올리게 된다.
앞서 부영은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을 인수할 때는 매입금액의 60%인 3400억 원,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매입 때는 인수금액의 48%인 2100억 원을 각각 매도자로부터 빌렸다.
IB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매도자가 대형 금융기관이 아닐 경우 여러 기관으로 인수금융 구성이 짜일 때도 있다”며 “담보를 대상으로 하는 안정적 거래이기 때문에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부영의 부채비율(2016년 496%)이 높은 것도 담보 제공자산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부영은 5조8687억 원 규모의 채권에 빌딩과 용지, 토지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삼성생명 사옥 담보 제공도 지난해 재무제표에 포함돼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부영의 총 부채 12조1726억 원의 48%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영의 지난해 상각적영업이익(EBITDA)은 금융비용 대비 10.2배나 될 정도로 안정적인 것도 조달 금리가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