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웨어러블 기기 부문에서 핏빗을 능가하는 기업가치를 자랑했던 ‘조본(Jawbone)’이 지난달 청산에 들어갔다.
조본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지만 이것이 바로 회사의 몰락을 가져온 가장 큰 이유였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조본은 세쿼이아와 안드레센호로위츠, 클라이너퍼킨스커필드&바이어스 등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과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9억 달러(약 1조346억 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에 조본 기업가치는 지난 2014년 32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조본의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는 결국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해 회사가 문을 닫게 됐다. 리서치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조본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이 지원한 회사 중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실패를 기록했다. 최대 규모 실패는 지난 2011년 파산한 태양광 기술업체 솔린드라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것은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조본처럼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자랑한 스타트업이 이렇게 망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NYT는 전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중고차 장터 비피가 약 1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았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해 2월 결국 문을 다았다.
이는 뚜렷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 회사가 실리콘밸리에 쏟아지는 막대한 자금에 힘입어 연명하는 역효과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만일 조본이 투자를 덜 받아 기업가치가 훨씬 낮았다면 수년 전 다른 기업에 매각돼 살아날 가능성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본은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원밀리언바이원밀리언의 스라마나 미트라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는 기업들에 강제로 자금을 들이부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조본처럼 자금 과잉투입에 망하는 회사들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본 사례는 국부펀드처럼 스타트업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실리콘밸리 투자를 늘렸을 때 직면하는 리스크를 나타낸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쿠웨이트투자청(QIA)은 지난해 조본에 대한 1억6500만 달러 투자 라운딩을 주도했다. 당시는 회사 전망이 전혀 밝지 않아 조본 초기 투자자들이 추가 투자를 꺼리던 상황이었다.
CB인사이트는 글로벌 국부펀드의 지난해 민간 기술기업 투자액이 127억 달러로, 2015년의 22억 달러에서 급증했다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