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제2라운드를 맞게 됐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 문제와 철강 부문에 대한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16일(현지시간)로 책정 기한을 맞이한 미국과 중국의 경제협력 안건을 담은 ‘100일 계획’ 내용에 비상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양국은 오는 19일 열리는 첫 포괄적 경제대화에서 100일 계획 합의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플로리다 주의 호화 리조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100일 계획 수립에 합의했다. 이후 양측은 지난 5월, 100일 계획 중 선행적으로 합의된 내용을 발표했다. 중국이 광우병 문제 방지를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고 생명공학 제품 승인 과정을 가속화하며 금융시장을 더욱 폭넓게 개방하고, 미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광역 경제권 구상인 현대판 실크로드 ‘일대일로’에 협력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시만해도 미중 관계는 양호했다. 중국이 북한 문제에 협력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통상문제를 너그럽게 봐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심지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하면서 G2의 관계도 틀어지게 됐다. 미국은 자국 본토까지 핵공격의 위협 대상이 되는 ICBM을 매우 민감하게 보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면서 원유 금수 조치 등 강력한 제재에 신중한 모습이다. 외교 소식통들은 이에 이번 경제대화에서 미국이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철강 문제가 이번 대화에서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떠올랐다. 5월 합의 당시 양측은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며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상무부에 지시했던 ‘수입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파리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외국업체들이 덤핑 수출로 미국 철강산업을 죽이고 있다며 추가관세 부과와 수입량 할당제 등을 새 대책으로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지난해 120만t 미만으로 정점 때와 비교하면 약 3분의 1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국은 멕시코 등 제삼국을 통해 중국산 철강이 우회 수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번 대화에서 과도하게 철강생산 능력을 줄였다고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느 고로가 폐쇄됐는지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눈가리고 아웅하기’식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1175억 달러(약 133조1863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대미 흑자는 지난 2015년 약 26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고나서 지난해 다시 줄었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전체 무역흑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3%로 지난해의 49%에서 크게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미국에 무역문제는 아주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미중 대화에서 100일 계획을 기초로 1년 계획에 합의해 시간 벌기를 하려는 의도가 있다. 그러나 이를 관철하려면 미국 측에 가시적인 성과를 제시해야 한다.
또 중국의 시장 개방 약속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중국이 지난 5월 개방을 약속했던 부문에서 미국 기업이 계속해서 규제장벽에 좌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지난달 말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미국 신용카드 업체들을 위한 라이선스 신청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중 비즈니스협의회의 제이크 파커 부회장은 “이는 단지 기업의 신청서 제출을 허용한 것에 불과하지 당장 외국 카드업체들이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새 가이드라인도 세부 사항이 없으며, 중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국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것을 요구하는 등 규제가 까다로워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실제로 현지에서 유통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