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임식에서 “이제 대한민국 경제팀을 이끄는 막중한 짐을 내려놓는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낸 모습이었다. 유 전 부총리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혹자는 그를 무색무취(無色無臭)한 인물로 깎아내린다. 반면 그만하면 최악의 여건에서 나름 선방한 것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실 유 전 부총리가 떠나기 6개월 전인 지난 연말 한국 경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내외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았다. 국내적으로는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정치적인 불안이 극에 달했다.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출범을 준비하고,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을 두고 생떼를 쓰던 시기였다.
더욱이 한국 경제의 각종 경제지표마저 적신호가 켜지면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안갯속이었다. 직전에는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 휩쓸려 교체 직전까지 갔었다. 지난해 11월 초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깜짝 개각 카드로 유 전 부총리 대신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세우면서이다. 물론 2주 만에 임 위원장의 부총리직이 철회됐고, 유 부총리가 다시 맡았지만 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에는 국무총리 권한대행 역할까지 해야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에 사직하면서 유 전 부총리가 국무총리 권한대행으로 국무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 유 전 부총리는 하는 일도 없고, 소속된 곳도 없는 야인(野人)이 됐다. 관가에서는 유 전 부총리가 공직에서 물러난 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후학(後學) 양성에 매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런 그가 요즘 교수가 아닌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렸다는 얘기가 들린다. 다시 정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곳곳에 사실 확인차 물어보니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니었다. 유 전 부총리는 새누리당 때 입당한 뒤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이 바뀐 뒤에도 당원 자격을 유지하며 정계 복귀를 열어 둔 상태이다. 18대와 19대 국회의원까지 지냈으니, 유 전 부총리가 정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생각이다. 하물며 그는 아버지의 DNA를 이어받은 정치인 2세이다. 유 전 부총리의 아버지는 고(故) 유치송 전 민주한국당 총재이다.
유 전 부총리의 구체적인 출마 지역도 거론되고 있다. 유 전 부총리가 출마를 저울질하는 곳은 그가 정치인 2세로 출발한 지역이다. 해당 지역은 현재 20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A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보궐선거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보궐선거가 결정되더라도 당내에서 또다시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아직은 여러 변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여건만 갖춰지면 유 전 부총리의 출마 가능성이 높다.
분명 그는 어느 누구보다 강력한 정치인 스펙을 갖고 있다. 유 전 부총리가 정계에 다시 발을 내디딘다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