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항공그룹(HNA)의 해외 인수ㆍ합병(M&A)에 자금줄 역할을 했던 중국 은행 중 일부가 신규대출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밝혀졌다. 최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하는 가운데 은행들의 시선도 싸늘해지면서 중국 기업의 해외 M&A가 더욱 냉각될 전망이다.
하이난항공 주거래 은행 중 세 곳이 올해 신규대출 중단을 결정했으며 다른 네 번째 은행도 최근 대출한도를 줄였다고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다롄완다에 이어 두 번째로 현지 은행의 대출 중단 소식이 공개된 것이다. 완다와 하이난항공 모두 최근 수년간 공격적으로 해외 M&A를 펼쳤으나 부채 급증과 자본유출 등으로 올해는 금융당국의 타깃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은행들의 하이난항공에 대한 대출 중단 시기는 서로 다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 은행은 올 초 이런 결정을 내렸으며 다른 은행은 2개월 전 움직였다. 세 번째 은행은 최근 행동에 나섰다. 대출 중단 또는 축소에 나선 이들 네 개 은행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모두 지난 2015년 하이난항공에 가장 많은 자금을 대출한 8대 은행에 속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일개 지방 항공사에 불과했던 하이난항공은 공격적인 해외 M&A를 통해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와 도이체방크 등 유명기업 대주주로 떠오르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해외 M&A 자금을 대고자 돈을 방만하게 빌린 결과 부채가 최소 730억 달러(약 81조3685억 원)에 이르게 됐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하이난항공이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4개 은행이 조기 상환을 요구한다는 신호는 없지만 신규대출 중단으로 해외사업 확대라는 야심은 꺾이게 됐다.
심지어 은행들의 신규대출 중단은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이뤄져 더욱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하이난항공은 이런 불안과 관련해 “우리의 재무상황은 여전히 견실하며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하락했다”며 “우리는 자금조달원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업으로부터 유입되는 현금흐름도 강하다. 여러 다른 중국 은행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대출이 많이 남았고 여러 상장 자회사를 통해 증시로부터 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국은 물론 해외 은행들도 하이난항공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와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이유로 하이난항공과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 등 다른 월가 은행들도 하이난항공 관련 주간사 업무와 인수 자금조달 등을 피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