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이 담긴 이른바 '캐비닛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최종 승인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당시 우 전 수석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메모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 전 행정관은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민정비서관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 전 수석은 이 전 행정관의 상사였다.
이 전 행정관이 작성한 메모에는 '삼성경영권 승계국면→기회로 활용 1. 우리 경제 절대적 영향력 2. 유고 장기화 3.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가시화'라고 적혀있다. 또 '삼성의 현안을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삼성의 당면과제는 이재용 체제 안착.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삼성의 구체적 요망사항 파악'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주면서 국가 경제에 실질적으로 윈윈하자는 내용이냐"고 묻자 이 전 행정관은 "메모 내용 보고 검찰에서 진술한 그대로"라고 답했다. 그는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되면서 언론 등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를 현안으로 많이 거론해 이를 위주로 보고서를 작성했고 메모는 그 초안이다"라고 밝혔다.
특검이 "우 전 수석이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이유를 아냐"고 물었으나 이 전 행정관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해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전 행정관의 두 번째 메모에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메모에는 '이재용 경영 승계 정부가 상당한 영향력 발휘 관련.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경제와 법안. 구조 개혁. 국민연금 지분' 등이 기재돼있다. 그는 언론 기사 등을 참고해 다른 행정관들과 의견을 나눠 보고서에 담을 내용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 전 행정관은 메모를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고, 최종 승인을 받아 보고서를 완성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행정관은 보고서에 대해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작성한 것으로 임의로 혼자서 작성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당시 민정수석이나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를 아느냐"는 특검의 질문에는 "거기까지는 제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메모나 보고서가 이후 어떻게 활용됐는지도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