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오늘 재계 총수들과 ‘호프미팅’…소상공인 수제맥주로 ‘건배’

입력 2017-07-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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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는 임지호 셰프가 만든 채소·소고기·치즈…노타이 복장에 자유 토론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수행한 경제인들과 차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수행한 경제인들과 차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28일 이틀간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첫 만찬간담회를 한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기업인들과의 공식 만남인 만큼, 어떤 형식으로 또 무슨 내용의 얘기들이 오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회동 첫째 날인 27일에는 그룹별 자산 순위에 따라 짝수 그룹에 속해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중견기업 특별초청 대상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8명이 참석한다.

28일에는 홀수 그룹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7명이 초청됐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틀 모두 자리를 함께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과거의 형식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자리”라면서 “심도 있고 실질적인 토론을 위해 이틀간 두 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참석한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 배석한다.

이번 회동의 관전 포인트는 형식과 내용 모두 이전 정권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를 꾀했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대기업 간의 만남에서 갖춰왔던 의례적인 격식은 과감히 없앴다. 간담회는 딱딱한 만찬 형식에서 벗어나 스킨십과 친밀감을 갖고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 관련 장관 및 청와대 비서진과의 호프 미팅으로 시작하게 된다. 청와대는 참석자들에게 ‘노타이’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 등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와달라고 권했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20여 분간 맥주잔을 기울이며 건배 제의를 하고 자유롭게 환담을 나누는 호프 타임을 가진 후, 상춘재 내부로 이동해 50분 정도 공식 만찬을 갖는 것이 구체적인 일정이다. 하지만 예정된 약 75분보다 간담회 시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여 사실상 무제한 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청와대 측은 보고 있다.

이날 맥주는 소상공인이 만든 350㎖ 잔에 담긴 수제 맥주가 제공되며 생맥주 부스가 설치될 예정이다.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자연주의 요리가 임지호 셰프가 채소ㆍ소고기ㆍ치즈류로 안주를 준비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특별히 초청한 셰프”라고 설명했다. 간담회 말미에도 간단한 식사가 제공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간담회에서는 구체적인 의제, 시나리오, 시간 제한, 발표 자료나 순서 없이 문 대통령과 박용만 회장의 인사말이 끝나면 자연스러운 자유토론이 이어지게 된다. 일방적으로 대통령이 투자나 고용 등을 주문하면 기업이 선물보따리를 내놓으며 답하는 방식은 지양하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일단 ‘경청’에 방점을 두고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부터 허심탄회하게 듣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새 정부의 경제 철학과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법인세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협조와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 노골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밀지는 않겠다지만 증세나 비정규직 문제, 근로시간 단축 등은 기업들에 부담일 수밖에 없는 문제다. 여당도 초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핀셋 증세를 ‘상생 과세’·‘기업 존경받게 하는 상생과세’라 명명하며 대기업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청와대는 진솔한 대화를 자신했지만, 민감한 현안들이 즐비해 기업인들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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