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車 판매 뚝… 시총 10.1% 줄어
현대車·모비스 합치면 4兆대 증발
자동차 대표주인 ‘현대차 3형제’와 화장품 대표주인 아모레퍼시픽의 시총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사상 최고의 상승 랠리를 기록한 것을 볼 때, 이들의 ‘시총 역주행’은 굴욕적이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시총 상위 50개사(9일 종가 기준) 중 올 들어 시총 규모가 감소한 상장사는 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주행 상장사 6곳 가운데 시총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기아차였다. 연초 16조100억 원 규모이던 시총은 현재 14조3900억 원으로, 지난 8개월여 간 약 1조6200억 원이 증발했다. 기아차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10.1%)의 시총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16.9%에 달했다.
기아차는 올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났다. 여기에 통상임금 미지급금 소송에 패소하면 3조 원에 이르는 비용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연간 실적 적자전환마저 우려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주력 차종 노후화마저 진행되면서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 시총 3위 현대차(-2.7%)와 10위 현대모비스(-6.8%)도 기아차와 나란히 시총 역주행 상장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3사의 올해 시총 감소분을 합치면, 4조3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 6월 SK하이닉스에게 시총 2위를 넘겨준 현대차는 3위 자리도 포스코에게 위협 받고 있는 실정이다. 양사의 시총 격차는 연초 만해도 10조 원대였으나, 포스코 주가가 올 들어 31.8% 상승하면서 현재는 2조 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연초 17조8600억 원 규모였던 시총이 현재 16조4800억으로 약 1조3800억 원(-7.7%)이 줄었다. 시총 순위도 4계단 굴러 떨어졌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출렁이던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5월 대선 이후 반짝 상승세를 탔지만, 사드 이슈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분기 연속 어닝 쇼크 부담으로 실적 회복이 확인되기 전까지 주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4.0%)는 50인치 이상 LCD TV 패널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면서 지난달 말부터 시총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증권가의 올 3분기 실적 눈높이도 연달아 하향 조정되면서 투자 심리도 얼어붙은 상태다. 또 롯데케미칼(-0.9%)은 전날 1.68% 하락하면서 시총 감소 기업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2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우려와 달리 컨센서스에 부합한 6300억 원을 기록, 3분기 추가 개선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총 역주행 6개사와 달리, 대다수 기업은 코스피 상승장을 타고 몸집을 키웠다. 연초 3조7700억 원 규모였던 삼성전기(83.8%)의 시총은 현재 6조9300억 원으로 연초보다 83.8% 불어났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73.5%)는 약 8조 원, 삼성SDI(60.6%)는 약 4조 원이 각각 늘어나는 등 삼성그룹주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밖에 하나금융지주(60.8%)와 우리은행(46.8%) 등 은행주도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연중 강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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