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이 은행 채용시장에 ‘신(新) 풍속도’를 만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임원에서부터 경력·신입 직원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인재 모시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면접 전형을 시작한 디지털 부문 경력직 채용의 최종합격자를 애초 계획보다 늘린 약 2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경력직에 우수한 역량을 갖춘 지원자들이 대거 몰려 채용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신입 행원 공채에서도 디지털 부문 지원자가 예상보다 많아지자 채용 규모를 100명 늘려 총 400명을 뽑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처음으로 디지털 부문을 세분화해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경력직 채용의 경우 400여 명의 지원자 중 석·박사급 인력이 3분의 2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경력직 채용공고 전후 한 달간 인사부서의 전 직원이 디지털비즈니스플래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분야의 종사자를 만나 1대 1 채용설명을 했다. 학계의 추천을 받아 우수인력도 직접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면접심사는 경력직 지원자가 대부분 현직에 있는 점을 고려해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엔 디지털 인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이광구 행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디지털·빅데이터, 정보통신(IT)을 각각 모집 분야로 설정해 채용을 진행 중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에 김철기 금융연수원 교수를 영입했다. 순혈주의가 뚜렷한 은행권에서 외부 인사를 임원급을 채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신한금융이 지난 6월 자본시장, 글로벌과 함께 디지털 부문을 그룹의 신성장동력 분야로 선정,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당시 신한금융은 외국계 컨설팅회사 대표이사 출신인 조영서 씨에게 디지털전략팀의 본부장을 맡겼다.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린 KB국민은행도 경력과 신입 채용에서 IT 부문 인력을 뽑는다.
신입의 경우 IT 관련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하고, 경력은 디지털 금융, 데이터 분석 등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한다.
KEB하나은행도 이번 하반기 공채에서 디지털 관련 지식·기술을 보유한 이공계 전공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한 시중은행 채용 담당자는 “금융 환경이 모바일과 디지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적재적소에 활용할 우수 IT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은행권에서 디지털 인재 채용 흐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