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찾은 경주는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규모 5.8 강진이 발생한 진앙지는 월성원전과 직선거리로 27km, 고리원전과는 50km 떨어져 있다.
경주 지진보다 높은 강도의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물음에 경주시 내남면 단층조사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대답은 엇갈렸다.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지진 예측은 지질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엔 그간 없었다”며 “수백km 큰 단층대가 움직여야 가능한데 조사 해봐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모 8~9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신 원장의 의견이다. 과거 문헌으로 추정해볼 때도 규모 6.5가 최대였다.
반면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강도를 예측하기 힘들지만 여진이 발생하고 있고 힘을 배출해 또 다른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며 “역사적으로 국내에서 규모 7.0 내외 지진은 꽤 있었고 우리는 지진에서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했다. 경주 지진이 향후 큰 지진 발생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에서 이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문에 맞춰 입구에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 반대’ 피켓 등을 들고 있는 한수원 노조를 만날 수 있었다.
‘40년을 지켜온 원전 안전,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한수원 직원 자녀들도 원전 바로 옆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이어진 백 장관과 주민간담회에서 참석한 지역민들은 과거 정부에서 소통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투명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정부가 중간저장시설 부지를 확보해 건설 후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다는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화식 양남면이장협회장은 “사용후핵연료 1차 공론화 이후 법안 제정을 하면서 정부는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지만 공청회 개최시부터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 의견은 무시한 채 법안이 현재 상정되고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성본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의 포화율은 현재 88%로 2020년 상반기에 포화 상태에 이른다.
이에 대해 백 장관은 지역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건식저장시설 확충을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백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용후핵연료는 10만 년 방사능 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10만 년 보관해야 한다”며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도 해결 안 한 상태에서 또 신규 원전을 짓고 노후화된 원전을 수명 연장하는 것은 10만 년의 숙제를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원전은 규모 6.5~7.0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해 백 장관은 “한수원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게 노력해왔다.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환경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 능력이 있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원전 사고는 100만 분의 1 확률이지만 전 세계 원전 460개 중 벌써 원전 사고가 3번이 발생해 통계나 학문적 예측과는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