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산업은 많은 성장을 해왔음에도 여전히 발전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여성 인력의 활용이다. 한국 여성들의 임원 비중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다양성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여 금융산업 내 여성들의 경영 참여율을 늘려왔고, 그 수치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 중에서도 유독 일본과 한국만 여성의 금융기관 경영진 참여율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알고 보면 한국 여성들의 진출은 다방면에서 눈부시다. 법조계나 의료계에서는 여성 참여가 활발해졌고 여성들이 앞서 있기도 하다. 다만 한국에서 여성 금융인의 관리직 비율이 낮았던 이유는 한국 금융기관의 기업문화에 기인했다고 본다.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기업문화, 골프 등 엔터테인먼트에 의존하는 마케팅 문화, 여성들의 불리한 승진 기회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꾸준한 금융 교육이 뒷받침된다면 여성들이 타 분야에서 남성들과 동등하게 경쟁하여 성공해온 것과 같이 금융 분야에서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실제로 메리츠자산운용에 와서 여성의 중요성을 실감하여 마케팅 부서에 여성 인력을 많이 배치했다. 그 결과 판매사가 증가하였고 고객들과의 신뢰도 점점 쌓여갔다. 여성의 섬세함과 소통 및 공감능력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근본적인 어려움인 출산과 육아 등 가정의 일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회식 문화를 없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했고,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을 도입해서 여성 근로자들이 남성들과 비교해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
여성 인력의 활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결과, 매년 여성 인력들이 꾸준히 관리직으로 진출하고 있고 향후의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회사 차원의 성과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작은 시작일지라도 기업문화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며, 공평한 업무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여성들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제도들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남성에 비해 경직되어 있는 국내의 여성 인력들이 더욱 자유로워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길로 들어설 것인가,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인가의 양 갈래 길이다. 한국 미래에서 금융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는 여성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특히 고위직 여성 인력을 많이 보유한 금융기관이 더욱 성장할 것이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창의적인 생각에 있고, 여성들이 금융기관의 경영에 많이 참여할수록 새롭고 유연한 사고들이 접목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여성 스스로의 야망과 포부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한계선을 둘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지닌 강점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한국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