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를 한국 금융시스템에 어떻게 이식할 것인가를 두고 지난 2월에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가 꾸려졌고 그 아래 금융분과 태스크포스(TF)가 설치됐다. 정부 내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기류다. 한은도 가상통화를 포함한 지급결제의 혁신을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결제은행(BIS)과 각국 중앙은행들과 함께 다양한 규제와 제도적인 문제를 협의해 나가고 있다.” -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국장, 2017년 3월31일.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냉소적·부정적 입장이었다. 가상통화의 법적 성격을 밝히는 것보다 가상통화라는 것을 빌미로 이뤄지는 행동들이 사기에 해당하는지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는지 유가증권 매매에 해당하는지 다단계판매에 해당하는지 등 그 행위규제를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 경찰, 검찰 등에서 단속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 한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국장, 2017년 9월29일.
차 국장은 지난달 29일 인천 소재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한은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가상통화 열풍에 대해 세계 각국의 여론은 관망에서 기대로 그리고 의구심의 과정을 반복하는 가운데 민간업자와 정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민간은 경쟁력 강화와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에, 정부는 소비자보호와 금융불안 예방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입장이 급변한 것은 국무총리실에서 가상통화를 악용한 불법거래와 가상통화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 및 다단계 등 사기범죄 발생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강하게 질타한 직후부터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일 부랴부랴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주재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회의를 개최하고 ‘가상통화 현황 및 대응방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금융위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인터넷진흥원이 이름을 올렸다.
거래투명성 확보와 소비자 보호 및 피해방지를 위해 범죄·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의 논의와 규제 동향을 보면서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성격이나 인가·과세 문제 등에 대한 대응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다.
또 합동TF를 9월과 12월 분기별로 개최해 기관별 이행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같은 후속조치로 합동TF는 지난달 29일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고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신용공여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가상화폐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익명성을 악용해 마약거래에 사용되거나 랜섬웨어·해킹 대가 등 불법거래에 이용되는가 하면, 가상통화 투자를 빙자해 유사수신·다단계 등 사기 사례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빅코인에 대한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방식으로 140억원대 자금 편취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산시스템 해킹이나 암호키 유실 등으로 고객정보 유출, 고객자산 탈취 등 사고도 일어났다. 지난 4월 국내 가상통화 거래서 야피존은 전자지갑 해킹 사고로 55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탈취당했으며, 지난 6월 빗썸은 직원 PC가 해킹돼 3만여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는 최근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꾸리는 등 4차 산업혁명을 신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규제완화 등 개혁에 나서는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가상화폐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개선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장기적 비전 없이 규제만 강화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을 곱씹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