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음서제] 블라인드 채용 나서지만… “은행들 의지 없으면 무용지물”

입력 2017-10-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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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공정한 인사 채용을 위해 블라인드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이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한 은행들 의지가 없으면 '무늬만 블라인드'에 머무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예금보험공사·수출입은행·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은 서류 심사에서 성별, 출신 학교, 학점 등 소위 스펙을 보지 않고 지원자의 역량만으로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그간 지원자의 역량과 가능성을 보지 않고 나이와 학벌 등으로 채용 했던 악습을 철폐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면접 자리에서는 지원자에게 번호만을 부여하고, 면접관도 본인이 어느 날짜에 누구를 심사할지 모르는 만큼 블라인드 채용은 투명한 절차를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원 면접 자리에서 인사 청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전형 윗 단계로 올라갈수록 지원자들 이력이 면접관 등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에 따라 면접 단계에서 제출하는 졸업 증명서 등을 통해 학교와 나이 등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어서다. 금융권 취업 인터넷 카페에선 “모 은행이 여전히 나이로 필터링을 한다”는 식의 글들이 올라온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이라고는 하지만 이게 실제로 나이나 학교 등을 완전히 가렸는지 어떻게 알수 있겠냐”며 “가장 중요한 것은 스펙만으로 평가하지 않겠다는 은행들의 의지”라고 지적했다. 은행 채용시스템이 과거보다 투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금융감독원 인사비리처럼 근본적으로 인사 청탁을 근절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블라인드 채용을 채택하지 않고 있어, 채용 제도에선 시중은행보다 구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는 16일까지 서류를 접수하는 케이뱅크는 서류에 사진, 주민번호(앞자리), 출신 학교, 어학 능력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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