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 때는 배당주(株)에 투자하라.”
주식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통상 매년 3분기와 4분기는 배당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다. 특히 올 하반기는 북한 리스크 등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만큼, 유용한 투자 대안으로 배당주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증시 조정에… 매력 높아진 배당주 =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지수는 전달 대비 0.4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월초 상승 흐름을 탔지만 중순 이후로 가면서 조정을 받았다. 한 달간 외국인이 1조6217억 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에 대한 차익 실현에 나선 탓이 컸다. 지정학적 리스크,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추석 전 관망 심리 등 3가지 악재가 약세장을 견인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강해지는 장세에는 배당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코스피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배당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가 142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7% 늘어난 만큼 이익 증가에 따라 배당도 늘어날 것”이라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현재 상황을 배당주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을 배당주의 매력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신한금융투자가 2005년부터 현재까지 543개의 코스피 종목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배당주의 누적 상대 수익은 58.7%포인트에 달했다. 배당주 수익률은 계절성을 보였는데, 분기별 수익률과 배당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분기는 4분기였다. 이는 바로 전 분기인 3분기가 배당주 투자의 적기라는 것을 뜻한다.
배당수익률이 예금금리를 역전했다는 점도 배당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다. 코스피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약 1.8%로, 이는 국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예금의 평균 금리(1.6%)보다 0.2%포인트 높다. 그동안 대표적 안전자산인 1년 만기 예금금리는 배당수익률보다 높았지만, 이 같은 추세는 지난해 처음으로 역전됐고, 올해 더욱 굳어지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주식이 예금보다 위험 자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 인색할 수 있지만, 배당수익률이 예금금리보다 높다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투자자에게는 배당주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정부 출범… 배당주 매력 더욱 높여 = 배당펀드에 자금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배당주 수급 개선에 긍정적이다. 7~8월 중 국내 배당주식형펀드로 4000억 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는데, 매년 6월 중간배당 이후로 자금 유입이 둔화됐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연초 이후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은 약 15%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 주식형 펀드 수익률(12.6%)이나 중소형주식에 투자하는 펀드(9.29%)보다도 높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배당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일반 액티브펀드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당분간 배당펀드에 대한 선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의 배당성향 강화 움직임 역시 고배당주가 주목받는 이유다. 올 상반기 코스피 상장법인 28개사의 중간·분기 배당 총규모는 3조2533억 원으로, 2012년보다 6.8배 증가했고 지난해와 비교하면 3.5배 늘어났다. 여기에 연말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배당성향 확대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연말 배당 시즌을 노리고 잠깐 투자했다가 빠지기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이재승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배당을 받은 직후에는 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는 등 변동이 큰 경우가 많은데 단기간에 사고파는 식으로 투자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가 있다”면서 “긴 기간 투자해 배당금을 쌓다 보면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