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섰다.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를 자랑하지만 계속되는 내우외환에 성장동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심각한 내수 부진에 대기업에만 기대는 수출 구조, 극심한 청년 실업, 게다가 정치권은 국민적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바깥 상황은 더 암울하다. 자국 우선주의 노선을 택한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의 전방위적 통상 압박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고, 대북 문제에 대해선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동맹국들에 제대로 목소리 한 번 못 내 ‘코리아 패싱’ ‘왕따’라는 비아냥거림을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기업들은 할 수 있는 게 속앓이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이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와중에 미래 먹거리를 설계하기도 빠듯한데, 기업들은 온갖 규제 강화와 최저임금 인상, 강성 노조 눈치보기, 경제민주화 입법 추진 등에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기업 경영 여건이 악화하는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영원할 것 같았던 PC 왕국 IBM은 OS(운영체제) 동맹 마이크로소프트(MS)에 추월당했고, MS의 OS ‘윈도’는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구글 OS ‘안드로이드’에 밀려났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의 흥망성쇠 역사에서 우리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모바일·반도체·가전 시장의 강자로 위안이 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고, 무인 자동차가 도로를 달린다.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한 로켓 발사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먼 미래의 일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이다.
기로에 서 있는 한국 경제. 미래를 선점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도태(淘汰)될 것인가. 정부는 뒤늦은 대책 마련에 정교함을 더하고, 기업은 혁신의 딜레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에 불을 붙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