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창', 삼성 '방패' 뚫을 수 있나

입력 2008-01-30 17:41 수정 2008-02-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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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증거 인멸ㆍ 비협조 일관' 의혹

삼성그룹의 불법비자금 의혹을 수사할 '삼성특검'이 이달 10일 가동돼 최장 105일간 조사에 들어갔으나 '관리의 삼성'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이 곳곳에 증거를 없애고 비협조로 일관하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으로 볼때 과연 이번 특검의 '창'이 삼성의 '방패'를 뚫을 수 있고 소기의 성과를 얻어낼 것인지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후 검찰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80일이 지나서야 이번 특검은 개시됐다. 삼성에게 시간만 벌어준 셈이라는 지적속에 과연 제대로 이뤄질까 하는 의구심에서 특검은 비롯됐다.

삼성특검은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와 관련된 의혹 ▲불법비자금 조성경위 ▲비자금의 대선자금 사용의혹과 검찰·정치권에 대한 로비의혹 ▲수사방치 의혹을 받고 있는 4건의 고소·고발사건(에버랜드,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e삼성 회사지분거래)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미 삼성은 '참고인 소환 불응', '정보 사전입수', '자료 폐기', '행동지침 하달' 등 '관리의 명가(名家)'다운 특유의 치밀함 속에 만반의 대비를 해온 의혹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 참고인 소환 불응은 합법(?)

조준웅 특검팀은 이달 벌인 삼성그룹 압수수색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삼성그룹 계열사 소속 차명 의심 계좌 명의자들에 대한 참고인 소환 조사 강화로 선회했다.

이에대해 삼성은 참고인들의 소환 불응은 합법적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동행명령제'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리면서 대부분 삼성 측 참고인들이 다양한 핑계를 대며 특검팀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30일 차명의심계좌를 보유한 삼성 계열사 임원 4명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단 1명만이 출석했다.

특검팀은 앞서 29일에도 6명의 삼성그룹 임원에게 출석요구를 했으나 3명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2명은 업무상 핑계로 출두하지 않았다.

윤정석 특검보는 30일 "소환 대상자들이 여러 이유를 대며 조사에 불응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간부 1명만 출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특검보는 앞서 29일 브리핑에서는 삼성 임원들이 출석에 응하지 않는 이유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원래 나오기로 약속한 삼성 그룹 임원들은 6명이었는데 3명은 동시에 복통이 났다고 하고 2명은 긴급하게 미팅이 잡혔다고 알려왔다"며 삼성의 불성실한 특검에 임하는 자세를 꼬집었다.

이같은 삼성 관계자들의 소환 불응에 특검팀은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애로를 겪고 있다.

◆ 뚜렷한 성과 언제 나오나

특검팀은 이달 이건희·이재용 부자와 핵심임원들의 자택, 집무실, 삼성 본사, 미술품창고, 삼성화재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직 뚜렷한 실마리를 찾거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은 삼성 비자금의혹의 출발이자 끝이다.

이번 특검을 있게 한 장본인인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해“경영권 불법승계와 증인조작, 정·관계 뇌물수수의혹 등의 핵심은 전략기획실이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11월 26일 삼성증권 압수수색 뒤 45일이나 지나 이달 14일 이건희 회장 집무실인 '승지원'에 삼성특검의 첫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승지원 압수수색 직후 삼성그룹 안팎에선 '삼성 본관 압수수색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지난 15일 수사관들이 삼성그룹 본사에 도착하자 삼성직원들은 알고 있었다는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특검의 압수수색 정보가 사전에 삼성으로 샜다는 의혹도 쌓여가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 씨가 삼성비자금으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등 세계적 거장 20여 명의 작품들을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 등을 통해 샀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삼성에버랜드 창고에 있던 미술품들을 발견해 비자금으로 구입한 의혹에 대한 조사도 벌였지만 이번 사건의 키워드를 풀지 못하고 있다.

특검팀의 압수수색은 당연한 절차지만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은 삼성을 상대로 한 공세에서 수뇌부를 직접 압박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건져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특검에서 압수수색이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삼성그룹의 증거인멸혐의에 대해 특검수사와는 별도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만반의 방패 준비 '완료'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번 특검에 대비해 비자금 조성혐의 등 문제가 될 만한 내부 자료를 대거 없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자료폐기는 주요 계열사들의 서울 본사는 물론 지방사업장에까지 넓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해 11월 삼성증권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차명계좌 관련증거를 조직적으로 없앤 단서가 드러났기 때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 압수수색에서 삼성증권이 미처 못 없앤 자료를 통해 1000여개의 차명으로 보이는 계좌가 발견된 후 사실상 이번 특검이 가동됐기 때문이다.

실례로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이달 초 본사주관으로 모든 사업장에 '보안지침'을 내려 보내 자료파기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 보안지침은 ▲2001년 이전 작성문서 ▲시민단체·관청·전략기획실(구조본)·자회사·관계사 관련자료 ▲전략기획실이 한 경영진단문서 등을 모두 없애라고 돼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일상적인 보안점검이며 특정자료들을 없애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특검은 '삼성'이라는 '경제성역'에 메스를 가하는 것으로 수사결과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크며 일정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기간과 인력이 넉넉하진 못하나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 우리나라 기업윤리에 있어서도 선진화를 이뤄나가는 전기가 돼야 함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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