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공정회 파행 “규정 위반” vs “요건 충족”…농축수산물 난제 부상

입력 2017-11-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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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사실상 무산됐음에도 정부가 협상을 강행하는 것이 FTA 절차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며 향후 절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농축산업계 반발 움직임은 앞으로 이어질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우리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2011년 한미 FTA 비준 당시 집권당이 현재 제1 야당이 됐고, 당시 극렬히 반대하던 야당이 집권당이 돼 있어 당시와는 상황이 정반대이므로 개정 협상에서 상당한 이익 균형을 갖추지 못한다면 국회 비준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종합토론·질의응답 무산…정부 ‘속전속결’= 10일 오전 9시30분에 열린 공청회는 시작 20분 만에 농축산단체의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면서 모든 순서가 중단됐다.

2012년 시행된 통상절차법에 따르면 정부가 미국과 한미 FTA 개정협상을 시작하려면 공청회, 경제적 타당성 검토, 통상조약체결계획 수립, 국회 보고와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날 핵심적인 토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공청회를 치른 것으로 간주하고, 개정 협상을 위한 향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행정절차법 21조4항 의견 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1항에 따른 행정처분의 사전 통지 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을 들어 통상절차법에 규정된 공청회 개최 의무를 다했다고 했다. 농축산단체의 시위와 단상 점거가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한 상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006년 2월 2일 한미 FTA 체결 협상 개시 당시 공청회도 농민ㆍ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정부는 당일 오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협상 개시를 공식선언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한미 FTA 개정을 기정사실화하고, 공청회 등 절차는 요식행위에 간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은 “행정절차법상 공청회를 공개적인 토론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토론 자체가 진행이 안 된 이번 공청회는 무산된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송 변호사는 또 “10년 전인 2006년에도 공청회가 파행됐지만 공청회를 한 것으로 간주하고 넘어갔는데 통상절차법이 있는 지금은 법적 환경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 한미 FTA 이후 농축산물 무역적자 10% 확대=농민들이 한미 FTA 개정 협상에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FTA 발효 이후 확대된 농업 부문의 무역적자 규모가 개정 이후 더 커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농축산물 액수는 FTA 발효 전인 2010년 당시 3억7660만 달러 규모였다. 이는 FTA 발효 이후 지속해서 늘어 지난해 7억1590만 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쌀은 60만 달러에서 120만 달러 규모로 2배 늘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수출한 농축산물 규모는 2010년 58억3350만 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68억5160만 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대한(對韓) 농산물 수출은 43억3330만 달러에서 43억4910만 달러로 소폭 느는 데 그쳤다.

그러나 축산물은 18억2430만 달러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4억2160만 달러에서 10억3500만 달러로 145% 늘었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도 1억8400만 달러에서 3억9340만 달러로 113% 증가했다.

한국의 대미(對美) 농축산물 무역수지는 2010년 54억5690만 달러 적자에서 지난해 61억3570만 달러 적자로 12.43% 확대됐다.

농협 농업통상위원회 조합장들은 “한미 FTA 이행 5년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가 65억 달러, 약 7조 원에 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협정 이행이 진전될수록 관세 감축 누적효과가 더욱 커져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정부가 개정 협상에서 농업부문을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와 관련해 서면으로 제출한 의견에 대해서는 별도 서면으로 답변할 예정”이라며 “농축산업계 의견 수렴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 간담회를 열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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