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가 급격하면서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11월 금리인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빠른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가속 패달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이 경우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하락세는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그동안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했던 북미간 긴장과 사드발 중국보복조치가 완화된 점,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 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은행의 11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드리고 있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당초 전망을 변경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봤다. 다만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우선 11월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말 금리인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원화강세가 지속될 경우 다음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11월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일정 자체를 번복하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금리인상의 명분은 물가고 이에 대한 키워드는 환율과 유가다. 원화강세와 이에 따른 물가하락으로 11월 인상에 대한 시장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한은이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마찬가지”라면서 “11월 인상 후엔 아주 완만히 인상에 나서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11월 동결을 예상하고 있는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인상을 하면 지금의 원화 강세를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한은 입장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부동산 문제 때문으로 본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 가격의 하락보다는 연착률을 원하는데다 원화도 강해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고 곧바로 인상하는 것은 빠르다는 생각이다.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중 하나이긴 하나 그것만 보고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지금의 원화 강세는 경제여건이 좋아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