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지난해 7월 자체 기술금융 평가를 시작한 이래 3만 3200여건을 심사하면서 단 1건도 탈락한 것이 없어 부실심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술금융 대출실적을 늘리기 위해 자체 심사인력과 외부에 위탁한 기술평가기관(TCB)에 대출 가능한 평가를 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KB국민은행 내부 기술평가위원에 따르면 이 은행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11월 17일까지 고객이 영업점을 찾아 신청한 기술금융 건수 총 3만 3230건 모두에 대해 대출이 가능한 ‘T6 이상 (T1~T6)’의 등급을 매겼다.
기술등급은 총 10등급(T1~T10)으로 T6 이상 등급을 받아야 대출이 승인된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신청 건수 3만여 건 중 대출 탈락 등급인 T7~T10은 ‘0건’이었다. 신청 전건에 대출합격 승인을 내준 것이다. 기술금융은 담보나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우수한 기술력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기술금융은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하면 은행 자체 또는 외부 기술평가기관(TCB·Tech Credit Bureau)에서 기술등급을 매기고 영업점이 이를 근거로 대출을 해주는 구조다. 은행은 자체적으로 모든 기술등급을 매길 수 없는 만큼 외부 TCB 6곳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등급산정 발주를 맡긴다.
세부적으로는 국민은행 자체는 2376건, 외부 TCB 6곳은 기술보증기금 2679건, 한국기업데이터(KED) 1만 1511건, NICE평가정보 9636건, 이크레더블 4920건, NICE D&B 1589건, SCI평가정보 519건으로 총 3만 3230건이다. 자체든 외부든 3만여 건 신청 건수 모두에 대출승인 등급을 매긴 것이다.
외부 TCB들도 ‘T6 이상 등급’으로 대출 가능 평가를 하는 것은 은행과의 갑·을 관계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민은행의 한 기술평가위원은 “외부 TCB들은 은행으로부터 등급산정의 대가로 신규 기술평가서 1건당 75만 원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다” 며 “계속 일거리를 받고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은행 입맛에 맞춰 6등급 이상으로 알아서 평가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대출불가 등급인 T7~710은 ‘기업의 사업역량과 기술 경쟁력이 낮거나, 기술의 사업성공 가능성이 (매우)유동적이거나 (매우)낮은 기업’에 매기도록 돼 있다. 기술금융을 신청한 기업 3만여 곳 중 이런 기업이 단 1곳도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 관계자는 “금융위가 기술금융 실적평가(테크 평가)와 자체 기술금융 레벨 심사를 통해 은행들 평가를 하고 있다" 며 "3만여 건 대출승인은 전체 신청건수의 일부이지 그 자체가 전체 건수일리가 없다"고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