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가치는 노인 빈곤 문제를 일본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주의해서 읽어야 할 내용도 담고 있다. 실상뿐만 아니라 저자가 해법까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민간 비영리 단체인 ‘홋토플러스’를 만들어 사회복지사로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 또한 대학의 사회복지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일본 정부가 책임지기 위해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지 않으면 노인 빈곤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모든 문제가 개인의 책임이 되고 있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이런 압력에도 저항하기 어려운 ‘무거움’이 있다. 그래서 당사자들은 ‘가난해도 어쩔 수 없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을 공부한 서평자의 입장에서 정부의 동원 가능한 재정 문제를 생각하면 저자의 주장이 무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책에서는 이견을 갖고 있지만 전반부의 실상 문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류 노인’은 빈곤으로 고통받는 고령자를 말한다. 노후에도 힘겹게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자가 일본에는 예상보다 많다. △점점 더 늘어가는 하류 노인 △보통사람들의 정해진 미래 △이대로는 과로 노인이 된다 등 4개 장에서는 일본 노인의 빈곤 문제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낸다. 반면에 마지막 2개의 장 △노후를 구할 돈은 어디에 있을까와 불안한 노후 △이제는 바꾼다는 정부가 더 많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하류 노인은 구체적으로 연금 수급액과 저축액이 적어서 질병 및 사고 등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빈곤 생활을 강요받는 노인이다. 수입을 기준으로 하면 생활보호 수준(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노인이다. 혼자 생활하는 고령자라면 월 6만~12만 엔 정도로 생활하는 저연금 혹은 무연금 생활자를 말한다. 하류 노인의 큰 특징은 수입이 거의 없고, 저축해 둔 돈이 없으며,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생활보호 대상 가구 수는 163만 정도인데 이 가운데 51%가 고령자 가구다. 주목할 만한 일은 2011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추계에 의하면 일본의 하류 노인 수는 600만~700만으로 추정된다. 이 책에는 자신이 노년기에 빈곤이라는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들이 여기에 다수 포함된다는 사실을 밝힌다. 뜻하지 않은 만성질병이나 자식들의 홀로서기 실패, 이혼 및 사별 등으로 다중채무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든다.
삶의 불확실함을 염두에 두면 하류 노인 문제는 특정인의 특별한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한국 노인 문제에 대한 자료가 들어 있다. “무엇보다 한국 노인의 사회경제적 상황은 일본 노인보다 더 나쁘다.” 이 부분에 이견을 갖고 있지만, 고령화 사회의 명암과 스스로의 노후 준비를 생각하게끔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