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독재자의 퇴직금

입력 2017-11-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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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혜 국제경제부 기자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전 대통령의 퇴직금 뉴스가 국내외 언론을 장식했다. 위로와 보상 차원으로 1000만 달러 퇴직금을 받는다고 전해졌다. 약 108억 원이다. 무가베의 고액 퇴직금에 전 세계가 비판을 쏟아냈다.

퇴직금의 근거는 통상 3가지로 설명한다. 공로보상설, 생활보장설, 임금후불설이다. 무가베는 이 중 한 가지도 해당되지 않는다.

무가베는 37년 집권 동안 세운 공로가 없다. 독재 치하에서 짐바브웨 경제는 완전히 망가졌다. 풍부한 농업을 자랑하던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의 빵 바구니’로 불렸으나, 1990년대 초 무가베의 토지개혁 이후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다. 수입을 위해 무분별하게 화폐를 찍어낸 탓에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결국 통화정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생활을 보장해 줘야 하는가도 의문이다. 부정하게 모은 재산이 너무나 많아서다. 무가베의 재산은 약 10억 파운드(약 1조4488억 원)로 추정된다. 해외 부동산도 다수 소유하고 있다. 무가베의 부인은 사치스러운 생활로 ‘구찌 그레이스’라 불린다. 자녀들도 호화생활을 즐긴다. 무가베의 막내아들은 올해 초 인스타그램에 6만 달러 상당의 손목시계를 자랑하기도 했다.

후불임금으로 이해하기도 어렵다. 임금후불설은 임금의 일부를 축적하였다가 퇴직할 때 한꺼번에 준다는 의미다. 낮은 임금이나 열악한 근무 조건에 대한 보상 차원인데, 무가베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퇴직금 뉴스는 무가베 이전에도 있었다. 야후를 살리는 데 실패하고도 퇴직금과 스톡옵션을 챙긴 마리사 메이어 야후 전 최고경영자(CEO),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하고도 수백만 달러의 퇴직금을 챙긴 월가 경영진도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남긴 잘못이나 퇴직금 규모 면에서 무가베는 비교 불가다.

“100세까지 통치하겠다”던 무가베의 시대는 마침내 막을 내렸지만, 한 나라를 정치·경제적으로 완전히 망가뜨리고도 퇴직금을 두둑이 챙긴 독재자를 바라보는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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