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장터 타오바오에 럭셔리 빌라에서 보잉747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비상식적인 물건들이 경매로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 법원과 국영은행, 부실자산 처리기업 등이 타오바오의 공공 경매 채널인 ‘파이마이(拍賣ㆍ경매 뜻하는 중국어)’를 활용한 압류 자산 현금화를 추진하면서 기상천외한 물품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소개했다. 이는 중국의 부실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이자 정부가 시장을 통해 부실대출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라고 포브스는 해석했다.
중국 최대 배드뱅크(부실자산 처리 전문 은행)인 신다자산관리공사는 장쑤성 소재 철강업체를 경매에 올려 5억3000만 위안(약 872억 원)에 달하는 부실대출을 털어버리려 하고 있다. 화샤은행 상하이 지점은 대출 담보로 잡았던 광둥성의 한 아파트를 64만5000위안에 경매 상품으로 내놓았다.
타오바오는 아예 매월 20일을 특별 경매일로 지정해 지방정부 등이 압류한 자동차와 보석, 고급시계 등을 경매로 내놓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기업들도 좋은 물건을 헐값에 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이런 경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물류업체 SF익스프레스는 지난주 타오바오에서 보잉747 화물기 2대를 4200만 달러에 낙찰받았다. 이들 화물기는 지난 2년간 6차례 치러진 오프라인 경매에서 주인을 못 찾다가 온라인 경매에 올리자마자 낙찰된 것이다.
일반인도 등록과 함께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면 입찰이 가능하다. 컨설팅 업체 카프론아시아의 제논 카프론 설립자는 “알리바바의 온라인 장터는 인지도가 매우 높고 어떤 규모의 거래도 처리할 수 있는 결제 기술 등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온라인 공공 경매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타오바오에 따르면 중국 법원과 지방은행 등 경매 채널에 등록한 공공기관 계정은 현재 3000개에 달한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율은 300%에 육박하고 있으며 부실대출 규모는 1조6400억 위안에 이르고 있다.
중국 법원은 올 들어 7월까지 4700건이 넘는 파산 안건을 처리했다. 이 수치는 2013년 이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포브스는 덧붙였다. 파산이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 법원은 온라인 경매가 가장 좋은 압류 자산 현금화 수단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인민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법원 압류 자산 경매 건수는 총 61만 건 이상이며 판매액은 4600억 위안이 넘었다. 중국 장쑤성 난퉁시 법원은 올해 1~7월 총 876개의 압류 자산을 경매에 올려 24억 위안을 현금화했다. 금액상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9%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경매자산 취급에는 리스크도 따른다고 강조했다. 상하이 소재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의 올리버 루이 금융학 교수는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부실자산 거래에는 더 많은 실사가 필요하다”며 “이는 개인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 대변인은 “공공 경매에 올라온 자산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입찰하기 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우리도 좀 더 투명한 경매 과정을 위해 확실한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구체적인 보증금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